한국일보

지천에 고산준령 산맥들…남가주의 축복

2022-04-15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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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Goodykoontz Peak (7,558’) (1)

지천에 고산준령 산맥들…남가주의 축복
“남가주에 사는 사람들은 참으로 큰 축복을 받았다. 전 세계를 망라하여 1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도시 중에서 바로 그 곁에 거대한 산맥들이 포진하고 있는 곳은 LA 와 Vienna, 두 도시밖에 없다. 바쁘게 북적이며 스모그마저 끼어 있는 평지의 도시들 바로 위쪽으로는, 계곡을 흐르는 물들과 푸른 초원들, 산속의 작은 호수들과 숲들이 햇볕 아래 조용히 반짝이고 있다. 이따금씩 바람에 일렁이는 소나무들이 내는 소리만이 그 정적을 깨뜨릴 뿐, 마냥 평화롭기만 한 산악지역이 Santa Barbara에서 San Diego 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길게 펼쳐져 있으니, 설령 이 산맥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거나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을 지라도, 이들은 우리 남가주 주민들을 복잡다단한 현대생활의 긴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휴식처가 되고 있음이 확실하다”

이것은 1960년 10월의 ‘Southern Sierrans’란 간행물에 실린 산사나이 Weldon Fairbanks Heald(1901~1967)의 말이다. 그는 1892년에 John Muir 에 의해 설립된 Sierra Club 의 LA와 Orange County 의 지부조직으로, 1911년에 결성된 Angeles Chapter에서 채택한 ‘Hundred Peaks Game’을 통하여 사상최초로 남가주 일원에 있는 100개의 고산에 오른 기록을 1946년에 달성한 산악인이다.

Angeles Chapter에서는 이곳 남가주 일대의 해발고도 5000’가 넘는 산 가운데 281개(2022년 4월 현재)의 산을 지정하여, 이들 산을 많이 오른 회원들을 표창하는 HPS (Hundred Peaks Section)라는 단위조직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Weldon Heald는 이로써 표창된 최초의 인물이다.


그의 생애를 통하여 등산활동과 산림보호에 헌신한 공로가 뚜렷하였기에, Sierra Club 의 청원으로, 1972년에 Kern County 에 있는 어느 한 산이 그에게 헌정되어졌으니, Heald Peak(6901’)이 바로 그 산이다.

우리 남가주 일원에는 여러 산들에 이 HPS 를 통해 표창되거나 자연보호에 기여한 산악인들의 이름이 헌정되어 있는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Goodykoontz Peak 도 그 중의 하나이다.

Frank Lynn Goodykoontz(1926~2005)는 51세가 되던 1977년에 처음으로 HPS에서 100 Peaks 의 등산을 성취한 뒤로 아주 열성적인 HPS 의 산악인이며 헌신적인 리더로서의 삶을 살았는 바, 그 사후에 시에라클럽의 발의로 그의 이름이 해발고도 7558‘인 이 산에 헌정되어진 인물이다.

생각해보면 이곳 미국에는 사람의 이름이 산의 이름으로 헌정되어진 경우가 대단히 많음에 비해, 한국은 그런 사례가 거의 없는 것 같다. 한국인은 아마도 산이나 강 등의 대자연에 대해서는 신령스러운 절대존재로서의 경외감을 가지기 때문에, 유한존재인 인간의 이름을 그런 곳에 감히 붙일 수 없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발상 자체를 극히 참람시 하는 문화적 토양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 비하면 이곳의 미국인들은 아무런 스스럼도 없이 산에다 사람의 이름을 부여하는 것 같다. 미국을 대표한다고 할 만한 산인 Mt. Whitney(14508’)가 그렇고, Mt. Mckinley(20322’)가 그렇듯, 이러한 예는 너무나 흔하다. 몇년전 오바마 대통령시절에 ‘Mt. Mckinley’ 의 정식명칭이 토착민들이 부르던 이름인 ‘Denali’ 로 변경되었다. ‘Mt. Denali’ 가 아닌 ‘Denali’가 공식명칭이며, 그 의미는 ‘The High One’ 이라고 한다.

또 한가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사람의 이름을 부여하는 경우에도,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위인’이 아니더라도, 단지 산을 아주 열심히 다닌 사람이나 자연보호에 앞장서서 열심히 봉사했던 사람 등 어찌보면 대단한 위인이라기 보다는, 좀 특별한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상불 어느 산에다 사람의 이름을 붙일 경우에는, 남달리 산을 아끼고 산을 가까이 했던 산사람이나 아니면 그 산과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야 말로 사실 가장 자연스럽고 합당한 일이라고도 할만하다.


이 Goodykoontz Peak의 인근에 있는 산들을 열거해 보자면, Akawie Peak, Winston Peak, Winston Ridge Peak, Pallett Mountain, Will-Thrall Mountain, Mt. Lewis, Mt. Williamson, Mt. Waterman, Twin Peaks, Kratka Ridge, Pleasant View Ridge Peak, Mt. Islip 등을 꼽게 되는데, 이 가운데 사람의 이름이 아닌 것은 Twin Peaks, Pleasant View Ridge Peak 의 둘 뿐이다.

또 한 이 가운데 Goodykoontz, Akawie 는 시에라 클럽의 멤버로 활동한 사람들이고, Will-Thrall 은 60세가 지난 다음에야 산을 좋아하게 되고 이를 보호하는 일에 앞장 섰던 사람이었으며, Waterman, Kratka, Islip 도 해당 산들과 관련이 있던 사람들이었다.

몇 해 전인 지난 2015년1월 Sierra Club의 HPS 연례 모임에 참석했던 어느 회원의 전언에 의하면,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만큼 출중한 HPS 산악인 Mars Bonfire(1943년생)의 공식 은퇴선언이 그곳에서 있었다고 한다.

그는 HPS List 에 올라있는 남가주 일원의 281개의 고산을 총 25회를 섭렵하는 대기록을 세운 사람인데, 누군가가 그에게 ‘앞으로 누가 이 기록을 갱신할 수 있다고 보는가’ 라고 물었더니, ‘아마도 Peter Doggett 나 Jimmy Quan 이 아니겠는가’ 라고 답했다고 한다.

Peter Doggett 는 HPS List의 산들을 각기15회씩을 올라, 현재 이 부문의 2위에 랭크되어 있는 산악인인데, 60세가 된 사람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하겠으며, 미국출생의 젊은 중국계인 Jimmy Quan 은 이제 겨우 1회를 오른 사람이지만, 그 젊은 나이와 산에 대한 열정을 감안한 격려의 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필자는 Mars Bonfire 와 Peter Doggett 는 사후에 그 들의 이름이 어느 산엔가 헌정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 중에 40대, 50대로, 아직 젊고 산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HPS Game 에 관심을 가져 볼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요산요수의 맑은 삶을 통하여 심신의 건강을 잘 유지함은 물론 우리 남가주 지역의 요소 요소의 지리와 풍물에 아주 밝은 전문가가 되어 지역사회에 여러모로 기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 확실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 아는가, 언젠가 사후에 그 이름이 이 남가주의 어느 산에 붙여져 제 2, 제3의 Goodykoontz 로서의 영세불망의 존재가 되어질런지? 그대가 만약 김씨라면, 우리 남가주에 ‘Mt. Kim’ 이라는 산이 하나 생기게 될테니, 우리 모두에게도 이 아니 기쁜 일이랴!

이 Goodykoontz Peak 의 산행은 왕복 10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3000‘가 되어, 대략 6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마지막 1마일 구간이 스위치백이 거의 없이 곧장 거의 1000’ 고도를 오르게 되므로 약간 힘들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다음에 계속>

정진옥 310-259-6022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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