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혼이 인생의 실패는 아닙니다”

2022-04-03 (일)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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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지 가정법 전문 변호사

“이혼이 인생의 실패는 아닙니다”
지난해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법률사무소인 ‘프로스퍼 로(Prosper Law PLLC)’를 오픈한 김민지 변호사는 이 법률사무소의 대표로 가정법·이혼 전문 변호사이다.

가정법과 이혼 외에도 법정변호사로서 민사(Landlord-Tenant, 리스/계약분쟁), 형사(경범죄), 이민, 항소 업무도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김 변호사가 버지니아 주 항소 법원에서 승소한 케이스를 다룬 기사가 ‘버지니아 로이어스 위클리(Virginia Lawyer’s Weekly) 신문 (2021년 12월13일자)에 실려 주류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항소 법원에서 승소하고, 또 법원의 판결문이 공개(publish)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개 사례(Published case)는 해당 법원과 버지니아 주의 모든 하위 법원에서 따라야 하는 선례로써 법률적인 권위와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김민지 변호사에게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한 이혼의 흐름, 한인가정의 문제점, 변호사로서의 보람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가정법 전문변호사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혼은 얼마나 늘었는지? 그 원인은?

팬데믹 바로 직후에는 이혼 케이스가 급증했다. 실직, 경제적인 어려움, 불확실한 미래와 팬데믹이 가져온 예기치 못한 변화(예를 들면 온라인 수업을 하는 자녀교육)가 주는 스트레스, 그리고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 때문에 발생하는 부부간의 마찰과 갈등 또 결혼생활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많아진 점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동안 급증하던 이혼은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현재는 팬데믹 이전 상황과 비슷해졌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부분, 현실적인 부분이 가장 커 이혼을 결정하는데 신중을 기한다. 구직의 어려움 그리고 배우자 소득이 감소된 상태에서 이혼을 하게 되면 위자료, 양육비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도 이혼의 시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혼 시점에 대한 문의를 가장 많이 받는다.

▶가장 의뢰를 많이 받는 분야는?

이혼 의뢰를 가장 많이 받는다. 이혼을 하게 되었을 때 본인의 법률적 권리와 의무 그리고 합의이혼과 이혼 소송 절차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다. 특히 배우자로부터 이혼 소장을 받고 나서, 즉각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담 하러 오는 분들도 많다.

▶한인 가정의 문제점은?

워싱턴 지역 한인들의 경우 이혼이 인생의 실패라는 생각, 그리고 이혼녀·이혼남이 되는 것에 대한 패배감과 수치심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타인종들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남의 시선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한인들의 경우 주변 사람들과 소속 공동체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인생과 행복은 뒤로 하고,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힘들게 사는 경우를 보게 된다.


서로 노력해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이혼은 첫 번째 옵션은 아니다. 하지만, 배우자와 함께 잘 살아보고자 최선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고 하루하루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살고 있다면 이혼을 고려해야 한다. 부부간의 신뢰 관계가 복구할 수 없게 손상되어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고 적대시하게 되는 경우 또는 배우자가 공포,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한 집에서 같이 생활 할 수 없는 경우도 그렇다.

▶이혼을 보며 안타까운 점은?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 판단의 기준은 ‘인권’이다. 부부관계는 동등한 인격체로서 상호 신뢰와 존중이 바탕 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담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배우자로부터 심각한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이혼하지 못하고, 불행하게 사는 경우가 그렇다.

또 한국에서 결혼 이민으로 미국에 온 경우 배우자와의 문화적인 충돌, 배우자의 폭언, 폭행, 또는 알콜중독, 약물중독, 도박중독 등의 심각한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면서도 배우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이혼을 망설이며 고통 속에 사는 경우 또한 그렇다.

▶변호사 일을 하며 가장 보람 있을 때?

법률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사람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 과정을 도와주면서,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 12월 버지니아 로이어스 위클리(Virginia Lawyer’s Weekly) 신문에 실렸던 주부이자 파트 타임 간호사를 하는 이란 출신 이민자 아내가 내 고객이었다. 군 출신의 국무부 소속인 남편을 상대로 한 이혼 소송에서 공정한 재산 분할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내는 항소하기 위해 여러 로펌을 찾아가보았고, 대부분 승산이 없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여러 곳을 거쳐, 내가 일을 맡게 되었는데, 성심을 다해 준비하였고, 그 결과 항소 법원은 재산 분할 및 위자료에 대한 재심사를 명령하여, 아내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불공정한 혼전계약서를 무효로 하는 혼후 계약서가 유효하다는 내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또한 하위 법원에서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군대 연금(military pension)을 제대로 분할하지 않은 것은 오판이라는 내 주장도 받아들여져 큰 보람을 느꼈다.

문의 (703)712-7777
mkim@prosperlawpllc.com
4115 Annandale Rd, Suite 301E,
Annandale, VA. 22003


김민지 변호사 서울 출생으로 대원외고 불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에서 영어·불어를 전공했으며,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콘코디아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이후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국방부 본부에서 부참모총장 및 국방장관 보좌 분석관으로 다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군수, 자원, 건설 프로젝트는 물론 국제 안보 관계 업무에 종사했다.

이후 루벤 클락 로스쿨(J . Reuben Clark Law School)에서 법학박사(JD)를 받았고, 솔트레이크 시티에 위치한 미 연방 지방법원과 유타주 대법원에서 근무했으며, DC와 버지니아 주 로펌에서 변호사로서의 실무경험을 쌓았다. VA·MD·DC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개인법률사무소를 오픈하기 전까지는 페어팩스에 있는 쿡 크레이그 & 프란쿠젠코 로펌에 근무했으며 A. Sherman Christensen American Inn of Court I 의 정식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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