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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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을 사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2022-03-31 (목) 수잔 오 / 자이언트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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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나 유튜브 등에서 주택 구입 시기를 다루는 전문인들이 많은데, 잘 들어보면 별로 새로운 내용도 없고 이미 아는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이야기하는 것뿐이라는 등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제 곧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런데 집값이 떨어지기는 커녕 더 고공행진을 하고 이와 함께 올라간 렌트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단은 어떻게든 내가 살 집은 마련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히고 집을 사는 쪽으로 올인하고 있는데 마켓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보통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오퍼를 내면 역시나 하고 또 패배자가 된다. 이성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 이성을 넘어 던져야 한다. 근데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던질 텐데 능력은 안 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바이어들이 구름처럼 떠다니고 있다. 포기하지도 던지지도 못하는 바이어들이 줄을 섰다.
이렇게 집을 사기 힘드니 가정 형편상 집의 사이즈를 줄이든지 늘이든지 해야 하는데 본인이 살고 있던 집을 마켓에 내 놓으면서 동시에 이사 갈 집을 찾아야 하는데 불안해서 집을 내 놓을 엄두를 못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고파는 것이라면 동시에 진행이 시작되어야 한다.

동시에 진행되는 아슬아슬하고 어려운 퍼즐들을 부동산 전문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거뜬히 잘 해내고 있다. 근데 끝까지 고집을 부려 내가 이사 갈 집을 먼저 사고 나서 집을 내놓겠다는 사람들은 이성이 통하지 않는 이 마켓에서는 집을 사기 힘들다.
특히 요즘에 집을 내놓는 셀러들의 연령대를 보면 베이비부머 시대 사람들이 대세인 것 같다. 이번에 맡은 케이스의 예를 들어보면 40여년을 그 집에 살면서 집을 거의 한 번도 업데이트를 안 하면서 살던 시니어가 있었는데, 본인이 가진 돈은 모두 집에 에쿼티로 있으니 따로 여분의 돈이 없어 집을 내놓기 위해 단장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내놓자니 완전 집 가격을 후려쳐서 가져가려고 하니, 일단 내가 다 고쳐서 팔겠다고 맡겨 달라고 하니 흔쾌히 승낙을 해서 그 동네에서 최고 가격으로 가만히 계시면서 편안하게, 넉넉하게 챙겨가시게 하시니 연신 싱글벙글하신다.


그래도 좀 억울한 게 있다면 집을 작품으로 만들고 난 후에 이 집주인이 다시 이 집으로 이사 오고 싶다고 하실 정도다. 바이어도 연신 싱글벙글, 너무 예쁜 집을 구입하게 돼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그 공이 그냥 요즘 마켓의 상승세에 묻혀 별로 빛이 안 나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살 집 찾아 삼만리하다 포기하고, 그냥 좀 늦게 들어가더라도 새집을 계약한 사람들도 제법 많은데 이 사람들은 요즘 이자가 무섭게 올라가니 새집이 다 지어져서 융자를 할 때가 되면 이자율이 얼마가 될까 좌불안석이다. 잠도 안 온다고 한다.

그런 손님들에게 설명하길 새집은 이미 가격을 정해 계약을 했으니 더 이상 집 가격은 올라가지 않을 거고 이자율을 락인(Lock in)하는 것은 미리 따로 포인트 없이 클로징하기 3개월 전부터 가능하니 이자율이 좀 내려간다 싶을 때 얼른 이자율을 락인하면 된다고 설명하니 조금은 안심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인플레로 모든 게 올라가고 우유 값도 올라갔는데 경기가 바뀐다고 그 우유 값이 다시 떨어질까?
문의 (703) 975-4989

<수잔 오 / 자이언트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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