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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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에

2022-03-28 (월) 곽상희 / 올림포에트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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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문득이다
겨울휴전선이 이상타
치열하던 포탄도 몸서리치며
훔짓, 겨울의 장례행렬에는
다발 다발 꽃들의 잔치가
한창이다
번쩍이는 타임스퀘어
전광판 꽃들의 웃음이다
역사는 지금도
강물처럼 흐르는데 섬세하게
자연은 믿어도 된다고 미리
온 수선화 살며시 손을 흔든다
봄은 손수건을 흔들고
무지개의 깃발을 달아도
좋으리라고

지친 바람이 창문을 연다
반쯤 열린 유리창에는
산새 한 마리
쫑쫑 흔적 없는 지분을
덧칠한다
인터넷 편지 속엔 미리 온
사과나무 꽃
누가 틀었는지 지하에서
흐르는 사순절의 G장조가
사생결단을 하는지,
4월인데 꽃의 시절인데
누군가는 피흘리며
못박아 죽었는데
나는 그냥 꽃들이여
4월의 평등이여라, 소리치고

<곽상희 / 올림포에트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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