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전세계 사람들이 코로나로 너무 큰 고통을 받다 보니, 코로나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 온 이목이 집중되어 그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고 박멸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이 전염병 사태의 분명한 원인은 될 지언정, 우리가 좀 더 집중해야 할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바이러스에만 집중하다 놓친 내 몸의 면역력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한 방법에만 너무 몰두하다 보니, 바이러스 걱정에 잠도 못 이루고, 감염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야외 활동을 줄이면서 평소에 하던 운동도 모두 멈추고, 마트에 신선식품을 사러 자주 방문하는 것도 줄이기 위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동음식을 위주로 섭취하기 시작했다. 또 그러한 과정에서 이전에는 없던 막대한 스트레스도 받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늘어난 스트레스, 줄어든 운동, 부실해진 영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면역력을 코로나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약해졌고, 이러한 허약해진 개개인의 건강상태는 일선에서 임상을 하고 있는 한의사로서 매우 확실하게 느껴진다. 예전보다 심해진 음식, 꽃가루 알러지로 내원하는 환자분들이 늘고, 딱히 크지 않은 스트레스에도 소화불량, 두통, 불면을 호소하며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원인에만 집중하다 놓치는 문제의 본질
장거리 운전을 하고 나서 허리가 아파졌다면, ‘장시간 운전’은 허리통증의 원인이 되겠지만 실제 허리통증의 본질은 장시간 운전 그 자체가 아니라 운전하는 시간과 휴식하는 시간 사이의 불균형이다. 만약 그가 12시간을 운전하는 동안, 매 두시간마다 10분 정도만 휴식을 취하면서 스트레칭을 해 노동과 휴식의 균형을 맞춰주었다면, 그의 허리는 아플 이유가 없다.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내원한 여성분은, 그녀의 화병과 불면증이 단순히 화가 날 일이 많아져서 생긴 것이 아니라 화가 나는 일과 화를 푸는 행동 사이의 균형이 깨져 생긴 것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보지 못한다. 홍수는 단순히 비가 많이 올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린 비가 흘러 나갈 곳이 없어 고이기 시작했을 때 생기는 것처럼, 화병의 본질은 화날 일이 증가함에 있지 않고 재밌는 일이 줄어듦에 있다는 것이 동양철학에서 바라보는 스트레스성 질병에 대한 관점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요리를 완전히 망쳐버릴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요리를 망친 원인이 되는 소금에 집중해, 어떻게 해서든 요리에서 소금을 제거하려고 한다. 근데 이미 요리에 녹아들어간 소금을 제거하는 것을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사실은 문제의 본질도 아니다.
분명히 ‘짠 음식’이라는 문제의 원인은 ‘지나친 소금’이 맞지만, ‘짠 음식’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음식에 들어간 다른 재료들과 소금 사이의 불균형이다. 그리고 이 본질을 볼 수 있게 되면, 제거하기 어렵게 음식에 이미 섞여 들어간 소금을 제거하지 않아도, 단순히 다른 재료들을 추가해 균형만 맞춰주면 음식의 문제(지나치게 짠 맛)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너무 문제의 원인에 집중하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놓치면서 눈에 보이는 쉬운 해결책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가끔씩은 문제의 원인에서 눈을 돌려 해결책을 찾아보자.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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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