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점점 사회중심으로 확장된 현재 글로벌 시대에서 가정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이들이 겉보기에는 화려해보이기도 하고 부러움을 사는 능력자들의 가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 그들의 가정은 아슬아슬한 위기에 놓인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하루에 수백 쌍 이상 이혼하고 별거하는 위기가정들이 결혼하는 가정보다 이제는 수가 훨씬 많아졌다.
쇼윈도부부 혹은 디스플레이 부부라 일컫는 신조어가 생겼고 돌싱 10명 중 7명이 자신들은 집에선 남남, 남 앞에선 잉꼬부부인 쇼윈도 부부였고 각방을 사용하며 잠자리를 하지 않고 각자 생활하고 살았다는 부부 리서치 결과가 있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가정경제상황이 좋은 상위층의 부부일수록 부부관계가 원활치 않은 점이다. 학력이 높고 직업군이 상위권인 부류의 경우가 위험군에 노출되어 있는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바빠지고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다보면 집보다는 외부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게 된다. 그런 그들에게 집이란 잠자는 쉼터가 되어간다.
관심과 사랑의 대상인 가족은 물질과 돈으로 대처해주면 불만이 없을 거라고 합리화하는 심리도 강해지고 사회생활로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가족을 등한시하게 된다. 인간관계는 모든 게 상대성이기 때문에 서로 상대의 반응에 따라 변화되기 마련이다.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되고 낯설게 느껴지면서 가장 가까워야 할 대상인 부부가 그 누구보다 더 멀어진 경계대상이 어느새 되게 되는 것이다. “바쁘니까 나중에!”라며 서로 시간을 뒤로 미루다보면 골이 점점 깊어져 악화된 부부의 관계는 손쓸 수 없는 상태까지 이어진다.
그래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중요시하는 이들은 부부관계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해결을 하기 위해 부부상담이나 여러 가지 대처를 하려한다.
이런 이들의 일반적 공통점은 대화가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화도 해봐야 느는 것이고 나아지는 것인데 사회적 대화기술만 쌓았던 부부는 원초적인 모습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 참으로 불편하고 당황스럽다.
이럴 때 효과적인 매체가 비언어적인 예술의 매체이다. 말로 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머리를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무언의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십 년 전 몇 몇의 부부상담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림으로 나누는 무언의 대화를 한 부부들은 항상 언어로 상대를 공격하고 상대의 공격에 또 대응만 했는데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도 상대에게 전달하고 상대의 마음 또한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서로의 엉키고 부조화된 언어전달이 해소되어 매우 흡족해했다.
어떤 부부는 서로에게 감동받아 얼싸안고 펑펑 울었던 적도 있었다. 서로에게 방어하고 공격하려는 날카로운 혀의 칼을 접어넣고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나누는 무언의 대화가 부부의 사랑을 다시금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yun8472@gmail.com
<
은윤선 / 미술치료 전문가 센터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