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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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에세이 - 벼랑 끝 위기의 남자

2022-03-21 (월) 서헬렌/뉴저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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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했다. 벼랑 끝의 두려움보다 처절한 고독이 엄습할 때면 자기 자신이 불쌍해서 울고 또 울었다고 한다. 어제도 오늘도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그는 습관처럼 6층 베란다 위에서 서성 거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 더 이상 아무것도 잃어버릴 것이 없는 남자,

학창시절 골프선수 출신에 뉴욕 소재 한국 대기업 지점 입사시에도 골프가 좋은 크레딧이었고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사내결혼도 했다. 6층 아파트에서 신혼의 보금자리에서 행복이란 두 글자가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양 회사일은 뒷전이고 그도 그럴 것이 회사 복도에서 마주치는 상사들도 먼저 인사들을 해오니 말이다. 그는 두 손 모아 기도를 했다. 골프의 신이여, 감사, 감사 하나이다.

한데 그 골프의 신이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부터 내기 골프에 빠져 들었다 한다. 일년이 못가서 그는 헤어날 수 없는 나락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10년 모아 처음으로 장만한 집도 두 번째 용자를 받았고 적금 해약은 물론 카드 돌려막기에 드디어 주급 가불에 최종 마지막 은행에서 날아온 아파트 차압 통보서까지.


옛말에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고 하듯이 그날도 어느 날과 같이 밤12 시넘어 집에 도착, 창문에 커져있어야 할 불빛이 보이지 않아 의아한 예감은 그를 경악케 만들었다 한다. 쓰나미가 다녀간듯이 벽에 걸린 결혼 액자 사진은 찢어지고 가구, 소파 모든 것이 마치 이사간지 오래된 집 같았다.

급히 방문을 여니 다행히 침대 하나는 아무 일도 없듯이 방을 지키고 있었다 한다. 침대위에 보이는 누런 서류봉투 (직감적으로 이혼서류)를 집어 들고서, 이후 모든 사람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의 노모는 상담소로 전화를 했다.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아들이 6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합니다,” “전화 잘못하신 것 같습니다. ”, “아닙니다. 거기 결혼상담소 아닙니까?”,

상담소에서 장가 못가 비관해서 뛰어내린 사람도 있단 말인가? 최소 한 달이 걸려야 성공 여부가 가려지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대가 노모인지라 이것저것 따질 시간이 없어 119 요원보다 빠르게 노모의 아파트에 도착한다.

6층 그의 집에 도착하여 문이 열려질 까 고심 끝에 부동산이니 잠깐 구조만 보겠다고 하자 마지못해 딸깍 문이 열린다.
그의 머리는 까치집처럼 헝크러져 있고 얼굴은 시골에서 보는 매달린 누런 메주 색깔과 똑같다. 무심코 열어본 냉장고속에는 반쯤 마신 큰물통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우선 무엇을 먹여야 되겠구나 싶었다. 노모와 급히 죽 전문집에서 잣죽 4인분과 부드러운 카스테라 밀크를 사서 다시 아파트 벨을 누르니 열어주지 않는다. 옆집에 양해를 구해 베란다에서 돌을 달아 큰봉지를 던지는데 성공, 쪽지를 문안으로 내밀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잘 있으면 이틀 후 다시 오겠다. 회사에 연락해 다시 출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는 메모였다. 그의 회사에서는 은행 모기지를 급히 대치해주었다. 다시 회사에 출근한 지 2주 지나 알뜰한 노처녀 은행대리와 맞선을 보는 자리에서 그는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내기 골프를 하지 말고 주말에 티칭을 해야 한다. 망가진 크레딧 카드를 위해서…" 아무리 잔소리를 빙글빙글 웃기만하니 고마운 것을 아는 것 같아서 도리어 고맙기도 하다. 하나님이 늪에서 건져 올리신 남자라고 말할 수 밖에...지금은 큰집이 두 채,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서헬렌/뉴저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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