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지금까지 대선 가운데 가장 초박빙이었다. 얼마전 치러진 올림픽 어느 경기와 비교해도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 알다시피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역대 최저로 그야말로 0.7%p 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껏 가장 치열했던 선거는 김대중 대통령이 39만여 표차로 승리를 거머쥔 15대 대선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불과 24만 표차로 승부를 갈랐는데 놀라운 것은 그보다 더 많은 무효표가 나온 점이다. 제19대 대선(13만5,733표) 때보다 2배가 넘는 무효표가 나왔다.
지난 20년간 대선무효표 수치는 각각 15대에서 40만195표, 16대에서 22만3,047표, 17대에서 11만9,984표, 그리고 18대에서 12만6,838표였다. 대선 당일 직전 안철수와 김동연씨가 후보직을 사퇴한 상황에서 그 사실을 모르고 투표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한 후 후보직을 사퇴하기도 전에 이미 전세계에서 시행된 재외국민 투표가 마무리 되었다. 오죽해 선거 막판에 대선후보 사퇴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을까.
'안철수법'을 제정해 달라는 청원인은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재외투표소 투표가 완료된 상황인데, 당시대로라면 안철수에게 표를 던진 이들은 유권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동 사표 처리가 되어버린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재외투표 경험자들은 아시겠지만 재외투표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 전역에서 먼 거리에 사는 재외국민들은 버스나 기차등을 타고 투표장으로 향했다. 재외국민 투표에 참여해 달라는 홍보에 따라 재외 국민들은 열심히 가서 표를 던졌으나 후에 사퇴한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경우 그 기표는 자동 죽은 표 꼴이 된 것이다.
게다가 당일 선거에도 온갖 잡음과 이슈가 난무했다.
한국이 방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려고 했는지 이른바 확진자 별도 투표시스템을 만들었는데, 그게 의혹의 원인이 돼버리기도 했다. 코로나 확진자들만의 투표용지를 허술하게 모아 다른 투표함으로 옮겼다는 등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현행법상 투표구마다 한 개의 투표함만 놓을 수 있도록 한 법령 때문이라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선거의 주인공은 안철수 아닐까. 단일화를 노래하다보니 그가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을 결정해 버린 꼴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명분은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너무나 열망해서 자신은 그걸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지만, 그가 끝까지 버텼으면 여당후보가 유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한국의 킹메이커나 다름없는 꼴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10년간 캐스팅보트를 가지고 한국의 큰 선거들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런 현상이 문제라면 결선투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240년 전 프랑스가 고안해 낸 투표제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최다득표자가 50.1%를 얻지 못할 경우, 상위 2명 득표자들만 재투표를 실시하는 것이다. 과반수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적용해 어떻게든 과반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현재 80개 이상 국가들의 대선에 적용되고 있다.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면 쓸데없는 단일화 압박이나 사표(死票) 논란에 시달리지 않는 대통령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를 위한 개헌 및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채택하면 자연스럽게 다당제 정치구조가 자리잡게 되며 유럽같은 연립정부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과연 한국의 미래는 다당제일까 미국같은 양당제가 될까. 어쨌든 윤석열 당선자의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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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