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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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2022-03-15 (화) 우병은 / 스털링, V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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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진 삼척 산불로 인해서 ‘금강송’이란 말이 자주 신문에 난다. 금강송이란 말이 언제 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듣기론 오래지 않다. 중학교 다닐 때 역사 시간에 선생님이 “서울의 궁궐은 봉화 춘양에서 베어간 춘양목으로 지었다”고 하셔서 궁궐이 어디라고 봉화에서 베어간 나무로 지을까 하는 생각에 믿기지 않았다.
60여 년 전 안동농림학교 임과 다닐 때 교과서에 춘양목이란 글자가 있어 그렇게 유명한가 싶었는데 선생님은 춘양목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나무가 단단하고 결이 좋아 말라도 갈라지지 않고 살아도 껍질이 붉어 적송이고 죽어도  나무가 밤색이라서 적송이고 대학 때 춘양목을 연구하러 춘양에 가보니 토질에 바윗돌이 많이 섞여 있더라.”

그 설명에 춘양목으로 궁궐을 지었다는 말이 수긍이 갔다. 6.25사변 때 전 대한민국이 불타고 다시 집을 지을 때 춘양 아닌 각처에서 나무가 춘양역으로 모여 들고 전국으로 팔려 나가 짝퉁 춘양목을 구별하기 위해서 옛날에 들어 보지 못한 금강송이라는 말이 생긴 것 같다. ‘Japanese Red Pine’이라고 쓰여 있는 한국 소나무를 사다가 우리 교회에 심어 20살은 되어 가는데 윗부분 껍질이 붉다.
껍질이 검은 걸 흑송이라 하고 바닷가 짠바람에도 강해서 바닷가에 잘 살아 해송이라고도 한다. 도끼로 장작을 패면 양쪽이 얼기설기 얽혀 갈라지지도 않고 나무질이 좋지 않아 바닷가에 주로 있고 내륙에는 많지 않고 강한 생명력 때문에 분재로 많이 사용된다.

한국 소나무는 대부분 껍질이 붉어 적송인데 유독 춘양과 울진산만이 궁궐이나 사대부가 살던 옛집에 기둥이나 서까래 같은 목재로 쓰이는데 밤색이고 오래 되면 오래 될수록 짙은 밤색이다. 비를 맞으면 희끄무레해진다. 그런데 한국 소나무는 95% 이상이 붉은 적송인데 집을 지은 기둥이나 서까래가 색이 희끄무레해서 백송이라 하는 게 있다. 껍질은 같이 붉어 적송이지만 죽어서 적송과 백송이 나눠지는데 적송은 춘양목이다.
춘양은 산세가 순하고 수송로도 좋아 나무가 다 크면 베어내지만 울진에 수백 년 동안 남아 있는 건 산세가 험하고 수송하기도 어려워 금강송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는 거 같다. 거기에 산불이 옮겨 붙어 위험해서 보병은 접근도 못하고 공군력으로 공중투하해 불길을 간신히 잡고 있다. 소나무는 송진이라는 기름을 머금고 있어 불도 잘 붙고 화력도 세다.

버지니아 브래덕 로드 선상에 있는 농장에서 지저분한 걸 태운다고 불을 붙였더니 바람에 날려간 불씨가 철망 너머 멀리 있는 썩어 마른 둥치에 옮겨 붙었다. 연기가 솔솔 나는 걸 보고 급히 철망을 뛰어 넘어가 불을 끄고 우리 농장에 불도 껐다.
가뭄이 심할 때는 야외에 불을 놓지 말고 담뱃불도 던지지 말아야 한다. 불 피우고 싶으면 평소에 나무를 전정하고 자른 걸 차곡차곡 쌓아 뒀다가 비 오고 난 다음에 쌓아둔 나무 밑에 마른 장작을 두고 불을 붙이면 위에 비 맞은 나무가 마르면서 타게 된다.

<우병은 / 스털링, V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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