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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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몸살

2022-03-14 (월)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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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이 몰려온 걱정 속에
지난 겨울 몸살이 심했습니다
붉은 꽃잎이 얼굴에 떨어질 때
마음이 환해지고 따스해지는 동안
헐벗은 당신은 무엇을 생각했나요

삼월의 이른 아침에
꽃불을 쬐며 우뚝 서 있는 당신
꽃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인연의 끝을 바라보듯
상상의 머릿속에 물 떨어지는 소리
저렇게 많은 꽃비를 맞으며
당신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일까요
어찌 얼굴이 붉어지는 것 일까요

만나고 헤어지는 아쉬움은
꽃과 나무들이 피고 헤어지는 일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것과 땅에서 솟아
눈앞을 앞질러가는 안개가 되어
바람에 흩어져 날아갔습니다


이별이 안타까워
쏟아져 내리는 당신의 눈물방울
빨갛게 달아오른 꽃망울에 부딪혀
꽃잎을 품고 내리는 비의 몸살

꽃의 세례를 받는 삼월의 아침
당신의 얼굴에 돋는 이별의 슬픔과
삼월의 몸살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키가 큰 나무 아래서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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