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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 아시안 여성으로 살아가기

2022-02-18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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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한인여성이 길에서부터 뒤를 따라온 흑인 노숙자에 의해 집안에서 참혹하게 살해되었다. 맨하탄 차이나타운 크리스티 스트릿 인근 6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한인여성 피살사건으로 뉴욕 한인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지난 10일 주 유엔 한국대표부 소속 외교관이 맨하탄 한인타운 인근에서 한 남성의 묻지마 폭행 사고를 당한 지 사흘 후인 13일 새벽 4시30분경 일어난 이 사건은 CCTV에 그대로 녹화됐다. 귀가 중인 크리스티나 유나 리의 뒤를 밟아 따라가는 모습, 아파트 문이 닫히기 전 밀고 들어가는 용의자 모습은 참으로 무시무시하다.

거세게 저항하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피해자의 비명을 들은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를 체포, 성적 동기가 있는 강도 및 살인사건 혐의로 기소했다.


15일 오전 뉴욕한인회를 비롯 한인 정치인, 흑인 시민단체, 유대계 시민단체, 중국계 단체, 비아시안 이웃주민들이 모여 피해자 아파트 맞은 편 사라 디 루즈벨트 팍에서 추모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에 대한 규탄 및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혔다.

뉴욕경찰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2020년 28건에서 지난해 131건 급증했다. 그러나 체감 온도는 수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뉴욕에 오랫동안 살면서 차이나타운에 갈 일이 많았었다. 차이나타운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보았고 화가 인터뷰를 했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관광 안내차 차이나타운 딤섬이나 오리고기를 먹었고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상점 구경은 필수였다. 월남국수를 먹으러 가고 그림도구를 사러가고 빵집에 아이스크림 가게에 수없이 다녔는데 거의 N이나 Q 지하철을 타고 갔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전 일이다.

맨하탄 동남부 지역의 차이나타운은 미국 개척 시기 철도와 광산산업 노동자 계급이 1870년대 후반부터 정착, 1882년 중국인 이민 금지에도 불구 이곳은 세탁소와 레스토랑에서 생계를 꾸리는 중국인들이 거주했다. 특히 1965년이래로 차이나타운 커뮤니티는 부쩍 성장했다.

골목이 좁고 복잡하고 남루하지만 생활력 냄새가 강한 이 곳이 편했는데 완전 위험지역이 된 느낌이다. 이제 혼자서 전철 타고 못갈 것같다.
본인은 약해보이고 나이든 아시안 여성이다. 뉴욕에서 아시안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뉴욕의 안전 시스템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막 퍼지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 인근 지하철인 그랜드 스트릿 역은 흑인남성이 마스크 쓴 동양여성을 우산대로 폭행하며 욕을 퍼붓던 곳이다. 지난달에도 맨하탄 지하철역에서 중국계 미국인 미셸고(40)가 아무 이유 없이 노숙자 손에 선로로 떠밀려 사망했다. 코로나19 이후 아시안을 겨냥한 증오와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주는 2020년부터 판사 재량에 따라 비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보석금 없이 석방하는 보석개혁법을 시행했다. 코로나19로 범죄자들을 모두 수용하기 불가함으로 인해 범죄자들을 거리에 풀어놓은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계속 내어야 하며 노숙자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내가 먼저 조심해야 한다. 우선 아시안 여성은 거리에 나서면 눈에 뜨인다. 방값이 싸다고 위험 지역에 살지 말 것, 밤늦게 다니지 말 것, 페퍼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 갖고 다닐 것. 혼자 걸을 때는 절대로 귀에 이어폰 꽂고 걷지 말 것, 뒤따라오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며 걸을 것, 또 칼은 안보이는 곳에 보관하는 게 안전상, 미관상 좋다. 이러한 주의사항을 예방책이랍시고 제시하는 것이 심난하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떠오른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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