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자주 언급되는 신조어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와 파이어(FIRE: Financially Independent, Retire Early)를 꼽을 수 있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살자는 주의로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욜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타인을 위해 희생하기 보단,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거나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현재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여 소비하곤 한다.
반면 파이어는 최대한 빠른 시기에 경제적 자립을 이뤄 조기 은퇴를 하자는 주의로서, 경제적 자립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저축과 투자를 늘리는 태도를 일컫는다. 개인에 따라 경제적 자립을 위한 목표 금액은 차이가 있겠지만, 소위 파이어족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미래의 더 큰 목표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위한 소비는 유예하곤 한다.
그래서 욜로와 파이어는 꽤나 상반되는 라이프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나 다른 두 라이프스타일이 동시대에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 꽤 흥미롭다. 사실 욜로든 파이어든 사회와 타인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둘 중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던 무엇이 더 바람직하다 가치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
나의 경우 둘 중 굳이 꼽자면 파이어에 가까운 편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여행을 자주 다닌 것을 빼면 고가의 명품을 사거나 고급 레스토랑을 다니는 일이 드물었고, 지금도 나를 위한 소비는 하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는 지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사실 적당한 수준의 욜로는 오늘도 일하느라 수고한 나를 격려하고 내일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삶의 동력이기에, 무조건 파이어를 추구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의미의 욜로 이미지가 퇴색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예를 들어 본인의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럭셔리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과도하게 명품 구매에 열을 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과감한 소비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마치 ‘워너비’ 삶을 사는 것 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떠들썩 했던 뷰티 유튜버 송지아의 가품 논란이 그 예이다. 그녀는 20대에 불과하지만 금수저 컨셉을 바탕으로, 명품 액세서리, 가방과 의류 수십 점을 구매해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려왔다. 그런데 소개된 제품들이 알고보니 다 가품이었던 것이 들통나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논란 이전까지 ‘영 앤 리치’ 워너비 였던 그녀는 무엇을 위해 가짜 소비를 계속 해왔을까? 그런 영상을 본 대중들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꿈꾸었을까?
통장에 쌓여가는 돈을 보는 즐거움이던, 드레스룸에 추가된 신상 가방을 보는 즐거움이던, 결국 우리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 자신이 조금 더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과 선호도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을 택할 수 있지만, 어느 길로 나아가든지 너무 과하지 않게 균형감을 갖추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 즐겁고 풍족하게 만드는 지름길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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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