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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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 부처, “너의 욕을 안 받겠다”

2022-01-12 (수)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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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에, “아상(我相; 나라는 생각)· 인상(人相; 남이라는 생각) 등 모든 상(相)을 떠난 사람이 곧 부처이다.” 라고 씌어져 있다. ‘나라는 생각’(아상)에 걸려 있는 사람은, 만약 누가 자기에게 욕질을 하면 화내고 싸우려고 달려든다.

그런데 아상이 없는 사람은 남으로부터 모진 욕질을 들어도, 감정의 동요가 없기에, 화가 안 나는 것이다. 화를 일부러 안 내는 것이 아니다. 화를 일부러 꾹 참는 것이 아니다. 그냥 화가 안 나는 것이다.

어느 날 젊은 바라문 빌란기카가 부처에게 찾아왔다. 앉자마자 그는 추악하고 착하지 않는 말로서 부처에게 성내고 꾸짖었다. 그의 욕이 다 끝나자, 부처는 그에게 물었다.
“너의 집에 온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했는데, 손님이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받아먹지 않으면 그 음식은 도로 내 것이 됩니다.” 하고 젊은이는 대답했다.
여래는 그에게 말했다. “너도 그와 같다. 나를 맞대고 추악하고 착하지 않는 말로 나를 욕하고 꾸짖었다. 내가 끝내 받지 않는다면 그 꾸짖음은 누구에게로 돌아가겠는가?”
빌란기카는, “한번 욕질을 해버렸으면, 안 받더라도, 욕은 당신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부처는 말했다. “만일 그와 같이 꾸짖으면 꾸짖음에 갚고, 성내면 성냄에 갚고, 때리면 때림에 갚고, 싸우면 싸움에 갚는다면, 그것은 서로 갚는 것이요, 서로 주는 것이다. 빌란기카여, 혹 꾸짖어도 꾸짖음에 갚지 않고, 성내어도 성냄에 갚지 않으며, 때려도 때림에 갚지 않고, 싸워도 싸움에 갚지 않는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서로 갚는 것도 아니요, 서로 주는 것이라고도 하지 않느니라.”라고 말했다. 빌란기카는 부처에게 한 모든 욕을 가지고 자기 집으로 되돌아갔다. 부처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낼 마음이 없는데 무슨 성냄 있으랴/ 바른 생활로써 그것을 항복받고/ 바른 지혜로 마음 해탈하였거니/ 지혜로운 사람은 성냄이 없느니라.”(잡아함경 제42권)
나는 아상을 갖고 있다. 나는 부처가 아니다. 나는 욕을 얻어먹으면 화가 난다. 하지만 나는 힘이 약하다. 남하고 싸운다면 나는 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뒤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예 싸움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해버린다.

A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A는 나를 아주 미워했었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인사하고 그리고 그의 곁을 피해버린다. 다행히도 A는 내 앞에서 “너, 죽여”하고 협박을 친 적은 없었다.

어느 날 하루는, 길가에서 A가 아니라, A의 가까운 친구를 만났다. 나는 웃으면서 ‘오랜 만입니다.’하고 인사하고 악수까지 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그 사람이 나더러, “너 말이야, 함부로 까불지 마, 함부로 까불면 주먹으로 한 대 쳐버리겠다.” 하고 위협했다. 나로서는 놀랐다. 나는 입 다물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서 있으니까, 그 사람은 가버렸다.

나의 삶의 방침은 “져주면서 살자” 이다, “오늘은 당신이 이기시오, 내일은 내가 이기겠소.” 이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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