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 ‘약자를 존중하는 사회’
2021-12-06 (월)
김창만/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괜찮은 남자’가 있다고 해서 달려가 만나 보니 동갑내기 그 남자는 정말 괜찮았다. 일류대학을 나온 유능한 기업가였다. 첫 만남은 만족스러웠다. 다시 만나기로하고 식당 문을 나섰다. 하지만 좋은 건 거기까지였다.
운전기사가 늦게 나타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렇게 정중하고 예의바르고 부드럽던 ‘괜찮은 남자’가 갑자기 돌변했다. 60대의 운전기사가 주차장 앞길이 막혀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반말로 큰 소리 치며 내 앞에서 무안을 줬다.
이젠 자기가 직접 택시를 잡아주겠다며 승용차에서 내렸다. 그때 옆을 지나던 시각장애인과 부딪쳤다. ‘괜찮은 남자’가 용수철처럼 한 마디 내뱉었다. ‘에이, 재수 없어.‘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중얼거렸다. ‘재수 없다니, 정말 재수 없는 사람은 바로 너다, 이놈아.’ 택시에서 내리면서 ‘괜찮은 남자’의 기억을 지웠다. 아무리 돈 많고 지위가 높고 배움이 많아도,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비루한 사람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다.”
- 한비야의 ‘1그램의 용기’ 중에서
관청 혹은 은행에 가면 먼저 번호표를 나누어준다. 그 후로 사람을 자기들의 권한아래 통제의 대상으로 본다. 번호만 보고 얘기하는 한 사람에게 인격적 배려나 존중하는 마음은 없다. 무생물 혹은 기계로 인간을 보려는 관료의 고자세는 신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인간의 인품의 성숙도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측근에게 늘 말했다. “당신이 앉아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기 위해서 다가오면, 아랫사람이라도 일어나서 정중하게 맞아라. 상대방이 적일지라도 존경심을 표시하고 그의 불행을 기뻐하지 말라.”
사울의 손자 므비보셋은 전쟁의 와중에 간신히 살아남아 외딴 곳에서 혼자 숨어 살았다. 다윗은 므비보셋을 왕궁에 불러들이며 말했다. “무서워 말라 내가 반드시 네 아비 요나단을 인하여 네게 은총을 베풀리라. 내가 네 조부 사울의 밭을 다 네게 도로 주겠고 또 너는 항상 내 상에서 먹을지니라.“
하나님은 약자를 소중히 다루는 다윗의 인품을 주목했다. 그리고 말씀했다.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게 하리라. 토마스 칼라일은 말했다. “위인의 위대함은 소인을 다루는 솜씨에서 나타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우를 범하지 않는 사회는 언제 도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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