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화초들을 쭈욱 둘러보고 인사를 한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식물은 잘 죽지 않고 살아 있는다. 영어로는 그린썸(Green Thumb, 나무나 꽃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던가? 몇년 전 가져온 포인세티아도 아직까지 살아 있어서, 크리스마스 좀 지나면 빨갛게 변한다. 또 남의 집에 가서 예쁜 꽃을 보면, 한 마디 꺾어 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해 얻어 와서는 물에다 담가 뿌리를 내려 본다. ‘뭐, 꺾어다가 죽이는 게 아니라 잘 살리면, 그것도 환경에 도움이 되지’ 하는 말로, 미안한 마음을 합리화 한다. 그러다 보니 어디서건 몇년 살다 보면, 우리집은 화초들로 가득차게 된다.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올 때는 너무 많은 그 식물들이 골칫거리였다. 이삿짐 센터에서는 식물은 안된다고 하고. 아는 분들에게 원하는 것들을 다 나누어 주고도 정말 많이도 남아 있는 화분들. 내 키보다도 훨씬 컸던 아보카드 나무며, 분홍색 겹꽃이 아름답게 피던 유도화, 캘리포니아에서는 흔히 보는 부겐베리아, 막 꽃들이 피어나던 아프리칸 바이올렛 등등. 마치 두고온 자식들 모양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다행히도 화원 하시던 분이 흔쾌히 가져가 주시겠단다. 그런데 그분 말이 어떤 것들은 곧바로 팔렸다며 좋아하는 소리에, 나는 마치 시집보낸 딸 칭찬이라도 들은 것처럼 흐믓했었다.
어떤 분은 ‘난(蘭)’ 화분에서 이리저리 뻗어져 나오는 뿌리들이 너무 싫어서 다 싹둑싹둑 잘라버렸다나. 그랬더니 그만 죽어 버리더란다. 사람마다 다 화초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지만, 그 얘기를 들은 후로는 그분을 좀 멀리하게 되었다. 반대로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화초 기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인상도 좋아져 보이고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흔히들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조금 게으른 사람이 식물을 잘 키운다고 한다. 즉 물을 너무 자주 주면 결국은 죽이고 마는 법. 그저 좀 목마르게 두었다가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쯤 주면, 또 그것에 적응해서 잘 사는 것 같다. 하지만 들여다봐 주는 건 자주 할수록 좋고, 사랑한다고 말도 해주란다. 사람한테도 자주 하기 힘든 걸…
나의 이런 취미 성향을 젊은 나이에 알았더라면 그쪽으로 공부를 해봤으련만…. 죽어가는 식물들을 받아서 살려내는 ‘식물 의사’ 같은 직업은 없을까? 그런 학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등록을 하고 제대로 공부를 해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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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전 살렘 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