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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책을 다시 읽자

2021-11-16 (화) 장아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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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통 책을 안 읽고 있다. 봄에 시작했던 두꺼운 서적 하나가 있는데 도통 진도가 안 나가 한국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고 야심차게 짊어지고 탔거늘 오는 비행기에서도 끝내지 못했다. 나는 주기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어왔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고있다. 이것은 일부러 안 빌리는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한 질책의 방편이다. '집에 쌓여 있는 책이나 먼저 끝내고 눈을 돌리라'라고 나한테 잔소리 중이다. 휴대폰 앱에는 서너 권의 책이 마무리가 안된 채 대기중이다. 집에는 몇 가지 장르의 베스트셀러들이 쌓여 있다. 책 욕심이 넘쳐 한국 오갈 때마다 베스트10 정도는 사서 꽂아놓고 흐뭇했었다.

어릴 적 오빠 언니들은 각자 바빴고 집에서 놀거라곤 책, 특히 전집류가 대부분이라서 적정 연령에 상관없이 아무거나 집어들고 닥치는 대로 읽었었다. 펄벅, 헤르만 헤세, 보카치오, 리처드 바크의 책을 읽으면서 행복감에 빠지곤 했었다. 옛날에는 서점에서 책을 펴 읽어도 뭐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곤 했었다. 그렇게 나의 책사랑은 장난감 하나 사주지 않으신 부모님 덕분에 어린 나이에 시작되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책을 사오지 않았다. 요즘은 책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인스턴트 행복의 유혹에 늘 쉽사리 넘어간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 사색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심어주는 생각, 나 대신 즐기고 감상을 알려주는 사람들에 의해 간접 경험으로 끝내고 만다. 어쩌면 나만의 얘기가 아니라 현대인의 일상 모습일 수도 있겠다. 어떤 문화 생활도 마음만 먹으면 당장 안방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극장을 갈 일도 갤러리를 갈 일도 없다. 콘서트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었다. 영국 서섹스 대학 연구 결과, 6분간의 독서만으로 스트레스 68%가 감소된다는 기사였다.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독서가 단연 1위였고 음악감상, 커피마시기, 산책이 그 뒤를 이었다. 동의가 되는 내용이었다. 휴대폰 삼매경으로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쏟아지는 정보와 정신없는 이메일 박스와 나랑 상관없는 과다한 뉴스로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고 시간은 속절없이 가 있다. 이제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책을 다섯 권 꺼내어 줄지어 세워놨다. 이 순서대로 조금씩이라도 읽어 나가야지.

<장아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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