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새 영화 ‘올드 헨리’(Old Henry) ★★★½ (5개 만점)
▶ 어두운 과거로부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자간의 갈등을 상당히 중요하게 묘사
어두운 과거를 지닌 농부 헨리가 마침내 총을 뽑아들고 무뢰한들과 유혈 총격전을 벌인다.
서부영화는 미국의 신화이자 전설이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서부 사에 악명을 떨쳤던 제시 제임스와 빌리 더 키드 그리고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 같은 건 맨들은 물론이요 와이앗 어프 같은 정의한들 까지도 모두 다소 과장된 것이다. 이 근육질의 서부영화도 마치 신화나 전설처럼 신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서부영화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인데 역시 이 영화도 비감에 가득 차 있다. 후회와 회한의 비가와도 같다. 늙어가는 것과 죄의식과 비밀과 속죄에 관한 어둡고 강렬한 사색과도 같은 작품이다. 서부 영화 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이 마지막에 벌어지는 박진한 액션. ‘올드 헨리’의 마지막 장에 벌어지는 장렬한 총격전이야 말로 가히 충격적인 것이라 할만하다.
1906년 오클라호마의 외진 곳에서 농토를 일구고 돼지를 키우면서 10대의 아들 와이앗(개빈 루이스)을 혼자 키우는 홀아비 헨리(팀 블레이크 넬슨)는 성경구절을 외우며 폭력을 기피하는 근면하고 과묵한 남자. 그러나 와이앗은 사냥하기 위해 총을 드는 것마저 금지하는 아버지를 완전히 한물 간 폐기물처럼 여긴다. 그런데 헨리가 정직과 진실을 강조하면서 아들에게 총을 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로부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런 부자간의 갈등이 상당히 중요하게 묘사된다.
어느 날 탄 사람이 없는 말이 헨리의 농장으로 달려오면서 헨리는 말의 임자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쓰러진 커리(스캇 헤이즈)와 함께 거액의 현찰이 든 가죽가방을 발견한다. 헨리는 커리를 집으로 데려와 치료해준다. 그리고 돈과 커리의 권총은 벽장 속 비밀 상자에 보관한다.
그 후 셰리프 배지를 단 케첨(스티븐 도프)과 그의 일행 2명이 헨리를 찾아와 커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나 총을 집어든 헨리는 이를 거절한다. 케첨이 법집행자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아버지가 과감히 케첨 일행을 쫓아버리는 것을 본 와이앗은 아버지가 단순한 농부가 아닐 것이라고 짐작을 한다. 이어 케첨이 수십 명의 무뢰한들을 이끌고 다시 헨리를 찾아오면서 양측 간에 대 유혈 총격전이 벌어진다.
얘기의 대부분이 헨리의 집 안팎에서 일어나는데 마지막 총격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서서히 플롯이 전개되면서 긴장감을 몰고 오다가 요란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그리고 헨리가 누구인지는 맨 끝에 가서 드러난다. 깜짝 놀라게 된다.
팟시 폰치롤리 감독의 군더더기를 말끔히 제거한 확실하고 꽉 조여진 연출이 단순한 내용의 영화를 흥미 있게 이끌어가고 애수가 깃든 음악도 좋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볼만한 것은 넬슨의 경제적인 연기다. 후회와 비밀로 채워진 과가를 지닌 남자의 모습을 눈동자와 피곤한 듯한 얼굴 표정으로 보여주는데 만감이 교차하는 속내를 고목의 껍질처럼 꺼칠꺼칠하게 묘사한다. 소품이지만 감정적 분위기와 내적 힘을 지닌 웨스턴이다.
<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