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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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소프트파워, 한류

2021-10-01 (금) 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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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미국에 출장 왔을 때, 미국 사람들은 늘 내게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를 묻고 난 후에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북한을 얘기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아주 낮았었다. 그러나, 얼마 전 UN 산하기구인 세계지적재산 기구(WIPO)가 발표한 국제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에서 한국이 스위스, 스웨덴, 미국, 영국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의 패권국가인 중국(12위), 일본(13위)보다 한참 앞서 있고, 작년의 10위에서 무려 5단계나 도약한 성과이며, 인적 자원, 연구 분야에서는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핸드폰, 가전 등 첨단기술과 최근 한류로 일컬어지는 소프트파워의 창의적 원동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UN총회에서 연설과 공연으로 세계 젊은 세대를 이끄는 문화대통령으로서의 BTS 위상을 보면, 더 이상 한국이라는 국가명으로 제한하는 것이 어리석게 여겨질 만큼 9천만명의 견고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문화집단의 명실상부한 리더임이 느껴진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세계 1위를 석권하고 있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K드라마, K-POP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많은 외국 젊은이들은 절제된 정서적 표현과 퇴폐적 가사 내용이 아닌 진실성이 담긴 아름다운 내용의 가삿말과 주제의 다양성을 꼽았다. 전통주거문화인 한옥은 알제리, 베트남에 이어 미국 조지아주에까지 시범 수출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데, 이러한 한류를 가능하게 한 저변의 힘은 다름 아닌 우리말과 글, 의, 식, 주 등 조상들의 빛나는 문화유산이 아닌가 싶다. 그 안에서 우리만의 아름다움을 창의적 방식으로 풀어내는 소프트파워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며 미래시대에 더욱 필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외교와 무관하다고 여겨졌던 문화 분야의 영향력이 글로벌 국가 위상을 높이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고 있으며, 한국어의 적극적 보급을 통해 한류의 파급력과 전달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세계적인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가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한류의 영향권이 범국가적이고 전세계적이며 정치적인 우호가 돈독하지 못하더라도 문화적으로는 다른 차원의 긴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강소국 대한민국이 지닌 소프트파워의 힘이 그려내는 성과들이 강대국들 틈에서 주눅 들어 있었던 지난 역사의 아픔을 겪고 나서인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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