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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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한국은 과잉학습 중

2021-09-17 (금) 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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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매년 방문할 때마다 새로움에 대한 우리 민족의 열망과 지적 욕구에, 현대화되고 한층 발전되는 디자인 외형과 빠른 변화에 놀라게 된다. 축구장 70개 규모의 초거대 복합쇼핑몰의 주차장에서 내 차를 못 찾아 헤맬 때도 주차검색기에 차 번호만 입력하면 주차 위치 및 현 위치에서 찾아가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도 '스터디 카페'라는 이름의 새로운 독서실들이 제법 많이 들어섰다. 백색 소음이나 특수 조명, 아로마로 집중력을 도와주고 잠시 휴식할 수 있는 공간, 간식을 먹는 공간, 자동 출입 인식 시스템 등 수험생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곳엔 학생들 외에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층이 공부하고 있었다. 진학, 승진, 취업 등 여러 분야에서 시험성적이 공정한 평가도구가 되면서 다양한 국가공인이나 민간자격증 공부로 한국은 너무나 보람찬 과잉학습 사회가 되고 있다.

한국은 외형으로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멋지지만, 요즘은 사회 전체에 피로감이 느껴진다. 치열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탓인지 끊임없이 면학 분위기로 가득한 사회를 보고 있으면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좋게 보이다가도 개개인의 불안감과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 효율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국에서 좀 지내다 보면 점점 더 조급해지고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미국이 한국보다 삶의 질이 훨씬 좋게 느껴지고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견지해 나가기 쉬운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을 채근하고 끊임없이 성취를 향해 달음박질하는 것이 삶의 해답이 아니라는 것, 인생에서 패자부활도 멋지다는 것, 달리지 않더라도 멈추지 않고 걷고 있으면 앞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 자녀들에게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내 이웃들과 함께 즐기며 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든 나의 자원이든 나눔으로써 진정한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미국에서 많이 배웠다. 평생학습이라는 구호 아래 배우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낙오자로 인식되는 두려움은 없는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느림의 미학을 내 삶에 접목하고 싶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머리보다는 마음을 채우는 일에 몰두하면서 성공과 부를 향한 탐욕을 내려놓을 수 있는 담대한 절제를 내 삶에 담고 싶다.

<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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