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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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 별 둘

2021-08-30 (월) 이중길 / 은퇴의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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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산소에 다녀오는 길
전설의 여우가 살고 있지요
머리끝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고갯길
마지막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려요
두 눈을 감고 가슴 떨리는 황혼을 붙잡았지요
나를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
별을 안고 내리는 구원의 작은 집
달빛에 익은 수박넝쿨을 휘어 감는
붉은 구름이 하늘에 걸려있고
구릿빛 얼굴로 반기는 삼촌의 얼굴
햇빛에 반짝거리지요
내 머리보다 큰 수박을 건네는 얼굴엔
한 해의 주름이 걸려있지요
매미 울음이 달빛에 숨어드는 원두막에서
며칠 전 사랑의 환희를 들었지
삼촌의 눈에서 그늘을 보았지
언젠가 사랑을 잃고 홀로된 무성한 소문이
싹이 트고 자라서 참외나 수박이 되었겠지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이는 밤
바람이 풀잎을 밟고 지나는 소리
내 눈을 스쳐가는 며칠 전 그 여자
여우가 되어 우는 밤
나는 하늘에 떠있는 소문의 
별을 세고 있는 아이
별 하나 별 둘

<이중길 / 은퇴의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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