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인생길
뭐가 그리 급한가

자네가 뛰면
나도 뛰고
자네가 달리면 나도 달려야 하네

태양이 아침에 동에 떴다
저녁에 서산 기울면 하루가 아닌가

그렇게 앞만 보고 쉬임 없이 달려와
잡은 게 무엇이고
얻은 게 무엇인가
한 줌 바람이나
뜬 구름이라도 잡은 게 있는가?

이제
앞으로 갈 인생길 얼마일런지
지나온 세월 뒤돌아보며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사 소풍 같이 즐기며
이생에 스치는 귀한 인연들
사랑으로 보살피며

아이들의 울음소리
글 읽는 소리
다듬이 소리도 들어가며
청심과욕으로
달밤에 구름 가듯
포구에 밀려왔다 밀려가는 조수처럼

여보게 인생길
이제 서둘지 말고
쉬엄쉬엄
굽은 허리도 펴 가며
정자에 쉬어가기도 하세
목마르면
쪽박으로 석간수도 퍼마시며

허구한 날 보채지 말고
가진 것 감사하며 행복하며 기뻐하며
그렇게 인생길 즐겁게 가보세

<신영이 / 일맥서숙 문우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