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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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사지에 내몰린 아프간 여성들

2021-08-27 (금) 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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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은 오합지졸의 정부군을 상대로 파죽지세로 몰아붙이며 아프간을 접수했다. 2021년 8월 15일 공식적으로 항복을 선언한 아프간 정부의 대통령은 어마어마한 금액의 돈다발을 챙기고 국민들을 버려둔 채 줄행랑을 쳤고, 집권한 탈레반의 폭정이 시작되고 있다. 200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이후 쌓아 놓은 여성인권 개선 노력이 20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형국이 되었고, 여성과 아이들이 겪게 될 학대와 유린 앞에서 전 세계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탈레반은 1994년 아프가니스탄 내전 중에 처음 등장한, 소련 아프간 전쟁의 무자헤딘 출신과 이슬람 근본주의 신학생들로 파슈툰 지역 출신을 중심으로 결성된 무장단체이다(출처 위키피디아). 1996년 카불을 점령한 후부터 2001년까지의 집권 기간에 이슬람 국가들조차도 경악할 초강경 샤리아(Sharia 이슬람 종교 율법)로 공포정치를 펼친 바 있다. 이슬람 수니파가 남성 의사 진료시 여성 환자 신체 일부 노출을 허가하는 율법 해석을 내렸음에도, 탈레반은 유독 여성은 의사가 되어서도 안 되고 남성 의사에게 진료도 안 되며, 교육, 사회활동을 금하고 있다. 또한, 명예살인이라고 하는 명분으로 가문의 불명예라고 판단한 가족 중의 여성이나 여자아이를 마음대로 학대, 심지어 살인까지 합리화하는 정도이다. 사회 전반에도 인터넷을 비롯하여 축구, 체스, 연날리기 등의 오락이나 애완동물도 금지하고 있다. 지금 현대사회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한 무장 정권의 자율 법 이름으로 자행될 수 있는 상황이,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방관하고 있는 듯 보이는 국제사회가 어떻게 된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석형이나 채찍으로 때리는 태형, 코와 눈을 베어 버리는 등 사건 뉴스마다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잔인함으로 가득한 탈레반의 만행과 아프간의 참혹한 현실 앞에 우리가 얼마나 더 방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한번쯤은 총부리에 굴복하여 숨어드는 것 말고 세계여성이 하나가 되어 아프간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 소리쳐야 할 것 같다. 아프간 여성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경험했던 지난 20년을 기억한다면, 이들이 끔찍한 암흑시대의 박제된 삶으로 역행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우리 모두가 힘을 실어 아프간 여성의 인권을 외치고 지켜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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