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성적인가? 적성인가?
2021-08-20 (금)
김영미(데이비스 도서관 한국어 강좌 강사)
아이들을 키울 때,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의 갈등 상황 중에서도 숫자화 되어 나타나는 아이의 성취를 만나게 될 때 특히 이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성적인가? 적성인가?'
제도권 교육에서 잘 적응하고 흔히들 말하는 명문대 타이틀을 갖기 위해서는 성적에 이끌리고 아이가 자신의 적성 분야에서 남들보다 좀 더 두각을 나타내도록 도와줄 수 있기 위해서는 적성 개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싶어진다. 다양한 방면에서 골고루 잘해야, 즉 전인적인 특성을 갖추어야 현재의 제도권 교육에서는 바람직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서열화, 경쟁, 비교와 같은 전근대적인 교육의 가치에 매몰되어 상생, 협력, 혁신 등과 같은 새로운 교육의 가치를 반영하는데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로서 항상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미국 교육도 학생들의 정량적인 분석으로 상대적인 비교를 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유니크한 학생의 특성을 아주 중시한다는 점이 다르다. 세계 굴지의 테크 기업들도 모두 스타트업(startup)에서 출발했고 짧은 기간에 천문학적인 부를 일구어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꼭 천부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아니어도 자신의 손재주로, 말솜씨로, 비즈니스 능력 등으로 행복하게 자기의 적성을 개발하며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다. 세상의 변화와 혁신은 기성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열어가는 도전정신이야말로 우리 시대 자녀들에게 강조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성적보다는 적성에 개인적인 무게를 두고 싶다.
이런 세상의 변화에도 여전히 몇 분 만에 검색이 가능한 정보의 암기를 중시하는 주입식 교육과정이 어서 달라져야 할 것이다. 물론, 창의성과 혁신성을 담아내기 위한 교육과정의 변화가 다소 요원할 지라도 실수를 용인해 주고 다양한 생각과 시도들을 격려하는 교육, 자기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찾아내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도록 지향하는 교육, 모두가 행복한 상생교육으로의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제는 부모의 역할이 실패를 격려하고, 새로운 시도에 열광하는 역할에, 가이드(guide)보다는 서포터(supporter)로서의 역할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김영미(데이비스 도서관 한국어 강좌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