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가이드 Mt. San Gorgonio Vivian Creek Trail
등산 초입의 Mill Creek을 건너는 등산인들.
상류의 Headwall에서 보는 Mill Creek의 전경.
“이렇게 더운 날에도 산에 갑니까?”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일조시간이 긴 여름철이 오히려 우리 남가주에서는 고산등산을 하기에는 더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고도가 높아 질수록 기온이 낮아지기에, 오히려 청량한 숲속의 공기를 즐기며 길어진 낮시간을 통하여 긴 거리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리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산인 Mt. San Gorgonio를 소개한다. 빅베어 지역인 San Bernardino산맥의 남동쪽에 있는 산으로 해발고도가 11,503’(3,506m)에 이르러, 백두산(2,744m)보다도 훨씬 더 높다. 수목의 성장한계고도를 초과하는 정상부위에는 나무가 거의 없이 바윗돌들과 흙으로만 되어있어, 멀리서 얼핏보면 이 한여름에도 흰눈에 덮여있는 만년설의 산인가 싶은데, 예전에는 이 산을 ‘Old Greyback’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산을 오르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정규등산로는 모두 7개가 된다. 이 중에 가장 먼저 만들어지고, 가장 짧은 거리로, 가장 많은 높이를 오르는 길이면서, 가장 아름답다고 회자되는, 따라서 가장 인기가 높은 코스가, 바로 이 산의 남쪽에 있는 Mill Creek쪽에서 시작하여 Vivian Creek 과 High Creek을 경유하며 정상에 오르게 되는 Vivian Creek Trail인 바, 오늘은 이 루트를 살펴본다.
Mt. San Gorgonio는 147.9 평방마일에 달하는 San Gorgonio Wilderness에 속해 있기에 Mill Creek Ranger Station에서 반드시 사전에 입산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보통은 미리 미리 받아 놓아야 한다. 이 Vivian Creek Trail은 특히 등산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적어도 2~3주일 전에는 허가를 받아 놓아야 안심할 수 있는데, 우편이나 Fax로도 신청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 주소와 연락번호는 다음과 같다. Millcreek Ranger Station, 34701 Mill Creek Road, Mentone, CA 92359; Phone:909-382-2881; FAX:909-794-1125 (그러나 현 싯점에는, 잠정적인 조치로, 입산허가를 받지 않아도 이 루트로 등산을 할 수 있다.)
왕복 약 18마일에 순등반고도가 5,500’가 되어, 중간에 1박을 하며 이틀에 걸쳐 산행을 하는 분들도 많으나, 걸음이 느리지 않으면 보통은 왕복하는데 10시간 내외를 잡으면 되므로,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한다면 당일등산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우리 가주에서 여름철에 고산을 등반하고자 할 경우에는, 폭우나 벼락 등의 급격한 기상변화로 인한 불가항력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정오까지는 정상에 올랐다가 서둘러 일찍 하산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여명에 즈음하여, 또는 가능한한 새벽 6시 이전에, 등산을 시작토록 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고산에서는 오후쯤에 기상이 급변하는 일이 빈발한다. 보통 오전에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다습한 공기의 서풍이 높은 산 봉우리에 이르면 이에 가로막혀 그곳에 머물러 있게 된단다. 이들 다습한 공기는 한낮의 햇볕을 받으면서 차츰 더워지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돌연 고온다습한 검은 소나기구름(Cumulonimbus)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예상치 않게 산행이 늦어져 깜깜한 야간에 하산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Battery상태를 잘 점검한 Headlamp를 개인별로 반드시 준비해야한다.
가는 길Freeway10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를 지나서 SR-38의 출구인 Orange Street으로 나온다. 출구로 나와서 직진으로 1블럭을 더 지나면 Orange Street이 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69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가 나오는데 SR-38을 겸한 길이다. 우회전하여 8마일을 가면 오른쪽 길변에 Millcreek Ranger Station이 보인다. 여기서 계속 SR-38을 따라 직진으로 5마일을 더 가면 Valley of the Falls Road가 오른쪽으로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4.25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Big Falls Parking이 나온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88마일의 거리가 되는 지점이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주차증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등산코스동쪽으로 나있는 Trailhead를 통과하여 도로를 따라 0.5마일 정도를 가면, 왼쪽의 Mill Creek하상으로 내려가도록 안내하는 표지팻말이 있다. 이곳에서 최단거리로 모래와 바위가 뒤섞여있는 70m정도 너비의 하상을 건너 북쪽의 산기슭에 이르면 다시 등산로가 이어진다.
지금 건넌 Mill Creek은 이 지점에서 동쪽으로 약 3마일을 올라간 Mill Creek Jumpoff Headwall(8456’)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부터 발원하는데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High Creek 과 Vivian Creek이 합류되어지고 또 Falls Creek, Alger Creek, Momyer Creek, Oak Cove Creek 등이 차례로 유입되어지면서 Santa Ana River의 큰 지류가 된다.
‘Valley of the Falls Road’라는 이곳의 길 이름은 이 Mill Creek의 중간 중간에 여러 폭포들이 있기 때문에 지어진 것이겠는데, 이 Mill Creek이야 말로 Sierra Nevada를 연상시키는 험준한 산세를 지닌 Yucaipa Ridge를 오랜 세월에 걸친 꾸준한 침식작용을 통하여 마침내 San Bernardino Ridge로 부터 분리 독립시켜낸 물줄기라고 하겠다. 수적천석, 낙숫물이 그 잦음으로 댓돌을 뚫게 되는 섭리를 되새겨 보게된다.
이제부터의 등산로는 한동안은 대체로 서북방향으로 지그재그 형태를 그리며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양이 된다. 그래서 이 Vivian Creek 등산로는 초반부터 힘을 빼게 하는 힘든 코스라는 것이 하이커들의 중평이기도 하다.
등산시작점에서 부터 대략 1마일을 온 지점에는 Wilderness구역의 시작임을 알리면서 퍼밋없는 등산을 경계하는 표지판이 있다. 잠시 후에는 길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다소 완만한 내리막길에 접어 들게 되고 곧 하나의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Dobbs Peak(10,459’)의 남쪽면과 그 주위로 내리는 비와 눈이 한군데로 모아져 흐르는 Vivian Creek이다. 오래전인 1898년에 이 험준하고 깊은 산속에 이 등산로를 만드는 일을 지휘 감독했던 Albert Vivian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이 부여된 물길이다. 약 1.2마일을 온 지점(7,200’)의 이 Creek 주변에는 여러 개의 자리가 있는 Vivian Creek Trail Camp가 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나아가는 등산로 주변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만큼의 장대한 거목들이 - 아마도 Incense Cedar 와 Ponderosa Pine - 하늘을 떠받치듯 군데 군데 서 있어, 이 산이 결코 범상치 않은 정기를 지닌 신령한 산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예전에는 Mill Creek을 따라 22개에 이르는 제재소가 가동되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100여년전만 해도 이곳에는 이러한 거목들이 즐비하게 들어찬 원시림의 대단한 장관을 이루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겠다. 태고 이래로 존재하던 그 장대한 나무와 숲들이 자칭 ‘문명인’의 손에 들어온 이후, 불과 수십년만에 급격히 훼손되어진 것이 불문가지의 사실이니, 우리의 지구별 전체의 입장에서는 ‘인류의 문명’ 이라는 것은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을 것이겠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Wilderness’로 지정되어 이렇게 훼손을 막으며 보호하고 있음은 그래도 다행한 일이다. 1997년에 일본의 Hayao Miyazaki감독이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Animation 영화 ‘원령공주(Princess Mononoke)’를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이곳 숲의 역사라고 하겠다.
대략 3.5마일의 거리에 이르면 Half Way Trailcamp(8,000’)임을 알리는 팻말이 있다. 1박2일 이상의 일정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산행도중에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역시 Vivian Creek이 지나고 있는 야영지이다.
이에서 더욱 동쪽으로 걸음을 옮겨가다보면 북서쪽으로 진행방향이 바뀌면서 Switchback의 형세가 되는데, 전체적으로는 Dobbs Peak의 남쪽 기슭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나아가는 형국이다. 등산로 주변과 온 산비탈에 빈 곳이라고는 단 한뼘도 없도록 꽉 들어찬 Chinquapin, Buckthorn, Willow 등의 관목들이 빚어내는 짙은 푸르름과 연한 내음이 마냥 싱그럽고도 풋풋하다.
약 5.8마일 지점에 이르면 ‘High Creek Trailcamp’(9,440’)라는 표지판이 있다. 남가주의 제 2봉인 Jepson Peak(11,205’)의 남쪽 면과 East Dobbs Peak(10,500’)의 동쪽면으로 떨어지는 비나 눈이 모여진 맑고 차가운 흐름이다. 백두산 정상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흐르는 물길이라 High Creek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됐을 터인데, 이 물은 Vivian Creek 과는 별도로 이곳에서 1마일쯤을 더 흘러내린 후에 Mill Creek 상류 - 발원지인 Mill Creek Jumpoff에서 서쪽 하류로 약 1마일쯤의 위치 - 로 폭포처럼 떨어지게 된다. 일년내내 흐름이 마르지 않고 주변 산세도 아름다와, 적지 않은 하이커들이, 고도적응을 하고 기력도 충전할겸, 이곳에서 1박을 한 다음, Mt. San Gorgonio 정상에 도전하는 중간 쉼터로 애용하는 곳이다.
길은 이제 동쪽을 가로막고있는 산줄기의 능선을 향하여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반마일쯤을 오르다보면 어느덧 능선 위(10,000’)에 올라서게 되는데, 동남쪽으로 팜스프링스에 있는 Mt. San Jacinto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자태가 처음으로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이렇다 할 초목이 없이 밝고 환한 맨 살의 Mt. San Gorgonio 정상부가 약 2마일 정도의 거리를 두고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는, 아직은 울창한 송림을 이루고 있는 등산길을 따라, 북쪽방향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쉬 피로를 느끼거나 속이 메슥거리는 등의 고산증세를 겪기도 한다.
오래지 않아 귀티나는 아름다운 Lodgepole Pine숲이 다하고, 맨 살을 드러낸 채, 평평하면서 넓은 11,000’ 내외의 고지대에 이르게 된다. 수목의 성장한계선을 넘나드는 지역이라서겠지만, 매마른 땅에 바짝 깔리듯 낮게 자란 식물들이 거친 돌덩이들과 모래뿐인 매마른 지면에, 마치 사람의 피부에 점이 박히듯, 띄엄띄엄 달라붙어 있을 뿐, 황량하고도 텅 빈 또 다른 세상의 특이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시선이 미치는 먼곳의 풍광들은 모두 다 눈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대략 8마일을 조금 더 온 지점에서 Dollar Lake를 경유하여 서쪽에서 올라오는 Trail이 합쳐진다. 곧이어 동쪽에서 올라오는 Sky High Trail이 합류된다. 이제 정상까지는 반마일쯤의 짧은 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넓고 평평한 고원에 여기저기 그만그만한 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솟아있어 최정상이 어디인지 알기어렵다. 최정상의 돌출점은 더욱 가까이 가기 전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안쪽에 있는데, 그저 묵묵히 등산로를 따라가다보면 마침내 닿게 된다.
광활한 우리 남가주의 그 많고 많은 산 가운데서 가장 높은 제 1봉의 꼭지점이라기에는 너무나 밋밋하고 소박하다. 그 숱한 산 중에도 지극히 존귀한 제왕의 산이고 보니, 오히려 옥체의 안전을 위해 세간의 시선을 끌지 않을 소박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순진무구한 백성들의 머리위에 군림하지 않고, 동고동락하며 관후질박한 삶을 살았을 단군왕검이나 요순의 왕도를 이에서 사량해 볼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의 몸보다 다소 더 크거나 작은 다양한 크기의 돌들이, 우람한 성곽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질박한 삼간초옥인양, 소복하게 쌓여있는 바위무더기에 올라서게된다. 8.6마일을 걸어서 마침내 해발고도 11,503’의 남가주 최고점에 오른 것이다.
동남쪽으로는 다소 거리를 둔 Mt. San Jacinto(10,834’)가 단아한 자태로 앉아있고, 북쪽엔 지호지간이랄 수 있을 가까운 거리의 Sugarloaf Mountain(9,952’)이 지금 막 머리손질을 끝낸 듯 화사하고 요염하다. 빅베어호수의 푸른 물도 여인의 아미인양 가늘고 아름답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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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