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뉴욕나눔의 집 대표 박성원 목사
박성원(목사·사진)
■ 건물 리스계약 종료로 한인 노숙자들 퇴거위기
■ 셸터 구입 기금모금 캠페인 통해 1차 40만달러 모금
■ 7월1일부터 60만달러 목표로 2차 기금모금 진행 중
■ 한국정부 지원과 한인기업^한국기업들 관심 당부
지난 2019년 12월15일 뉴욕한인봉사센터(KCS)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뉴욕나눔의 집 나눔 디너 콘서트에 한인들이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뉴욕나눔의집]
한인 노숙자들에게 소중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뉴욕나눔의 집이 지난 6월 건물 리스계약이 종료되면서 퇴거 위기에 처해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뉴욕주정부가 발효한 퇴거금지 명령으로 8월 말까지는 머물 수 있으나, 이후에는 노숙자들이 다시 길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몰린 것이다.
이에 뉴욕나눔의 집은 셸터 건물을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기금모금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1차 기금모금이 종료된 지난달 30일 뉴욕나눔의 집 대표 박성원 목사를 만나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목사와 일문일답.
-뉴욕나눔의 집은 어떤 곳인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왔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 위기로 인한 파산, 실직, 건강 악화, 가정불화 및 이혼, 중독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노숙자가 되어 인생의 벼랑 끝에 놓인 한인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복음을 들려주어 예수님을 만나 치유, 회복,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 전문기관이다.
이사 10명과 스태프 및 자원봉사자 15명 등으로 구성돼있다.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나.
▶기본적인 의식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 이수일 박사의 ‘정신건강을 위한 서포트 그룹 미팅’, 매주 수요일 김금옥 박사의 ‘정신과 상담’, 매주 화요일 이계자 뉴욕가정사역원장의 개인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독 전문강사 김도형 박사와 이미숙 박사가 연 2회 3주간 합숙하며 전인치유 리더교육을 실시하고 중독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다.
또 하루 3번 예배와 목회 상담을 통해 노숙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꿈과 희망, 용기를 주고 있다. 이밖에도 65세 이상 서류미비 노숙자들에게는 한국의 요양원 등으로 보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노숙자를 돕는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998년 뉴욕풍성한교회를 설립하고 사역을 하던 중 2012년 뉴욕나눔의 집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노숙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초기에서 나눔장로교회의 공간을 빌려서 1년 동안 노숙자들에게 점심식사와 예배 등만 제공했다.
하지만 재정이 바닥나면서 노숙자들이 갈 곳이 없게 되면서 제가 섬기던 뉴욕풍성한교회 선교관 건물에서 노숙자들을 정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선교관 건물이 상업용 건물이라 뉴욕주법에 따라 노숙자들이 잠을 자지 못했다. 노숙자들이 잠이라도 인간답게 잘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현재 주택으로 오게 됐다.
-노숙자 셸터 구입은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
▶2017년 5월 중국계 랜드로드와 월 렌트 4,300달러에 계약을 맺고 현재 주택에서 노숙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여러가지 문제로 빌딩국에서 티켓을 받고 이웃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오면서 랜드로드가 2020년 1월에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20~30명의 노숙자들이 머문다는 사실에 렌트를 허락하는 새 랜드로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나눔의 집 이사회에서 셸터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모금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셸터를 구입하면 노숙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뉴욕주와 시정부의 지원도 받기 수월해 진다.
한인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현재까지 1차 목표였던 40만달러 모금을 완료하고 7월1일부터 60만달러를 목표로 2차 기금모금을 진행 중이다.
현재 머무르고 있는 노숙자를 수용하려면 최소 방 4개, 화장실 2개 등이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해야 하기에 100~150만달러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이 나눔의 집에 들어오나.
▶룸메이트로 생활하던 한인들이 갑자기 병이 생겨 응급수술을 받은 뒤 퇴원하고 갈 곳이 없어지자 나눔의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월세를 내지 못해 퇴거명령을 받은 부부가 이민가방 하나만 들고 들어와 두 달 정도 생활한 뒤 새 직장을 구해 나간 경우도 있었다. 한 여성은 9, 10학년 어린 자녀와 함께 머물다가 거처를 구해 나간 경우도 있다.
뉴저지 중국집 주방에서 일하던 남성은 뇌졸중 수술을 받고 지능이 5살 수준이 되어 나눔의 집을 찾기도 했다.
한 노숙인은 환청과 환각 등 정실질환에 시달렸지만 나눔의 집에서 장애인 주택과 연금을 받도록 도와주어 새 삶은 찾은 일도 있다.
맨하탄에서 5년 넘게 노숙생활을 하던 한인 남성도 환청 등에 시달렸지만 나눔의 집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현재는 완전히 회복됐다.
나눔의 집의 1차 목표는 노숙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부분이 나눔의 집에서 머물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치유를 받고 새 직장이나 거처를 구해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한인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첫째로 노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 그들은 단지 형편이 좋지 않을 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 한인기업과 미국 내 한국기업, 한국정부가 한인 노숙자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40만달러에 달하는 1차 기금모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십시일반으로 온정을 보내준 한인 동포들 덕분이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생활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기금을 선뜻 보내주셨다.
올해 90세의 오 권사라는 분의 경우 자신은 반지하에 거주하면서도 선뜻 1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인기업이나 한국기업들은 후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1일부터 시작된 2차 기금모금에서는 한인기업과 한국기업도 관심을 가져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또 상당수 한인 노숙자들은 서류미비자로 한국정부의 보호가 절실하지만 이들에 대한 예산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정부에서도 한국 국적의 노숙자들에 대한 관련 지원에 나서주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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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