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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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 것들

2021-06-19 (토)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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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에 이사 오고 새 식구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집들이 선물로 식물들이 많이 들어왔다. 집 고치며 자주 들락 거렸던 홈디포, 로우스, 이케아에서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덜컥 데려온 친구들도 있다. 집에 초록 식물들이 많으니 보기에도 시원하고 힐링이 된다. 요즘은 플랜트와 인테리어를 합친 ‘플랜테리어’가 대세라고 하니 나도 새집을 초록빛으로 물들여 봐야겠다.

앞마당에 새집 입주 기념으로 심은 우리 집 기념식수 키위나무는 힘을 내 팔을 쭉쭉 뻗어 벽을 타고 있다. 키위 열매를 맺으려면 한 사오 년은 더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는데 딸아이가 자라 그 키위 열매를 따먹을 날이 올 수 있을까.
거실 한편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몬스테라는 반들반들한 잎을 뽐내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새로 나오는 찢어진 잎들이 반갑고 기특하다.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대표적 식물이니 우리 집에서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

거실에 걸어 두려고 산 나비란은 산발 머리 모양새인데 계속해서 새순을 내고 예쁘게 뻗어 가고 있다. 자라나는 속도가 빨라 매일 보는 재미가 있다.


재택근무 중인 남편의 서재에도 피들 리프와 머니트리 화분을 사서 두었다. 공기 정화에 탁월하다고 한다. 더불어 매일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 남편이 초록 식물들을 보고 조금이라도 눈의 피로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가장 최근에 들인 생선뼈 선인장은 너무 귀여워 자꾸 눈이 간다. 생선 가시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생선뼈 선인장이다. 이 아이는 좀처럼 구하기가 힘든 아이인데 동네 중고물품 거래 앱에 올라온 것을 보고 한 시간을 운전해 가서 사 왔다.

요즘은 이런 식물들을 애완동물처럼 옆에 두고 키운다고 해서 반려식물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점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며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다고 한다. 육아에 지친 내게도 식물들이 주는 즐거움이 일상의 작은 활력이 되고 있다. 딸아이에게도 하루하루 커가는 식물들을 보여주며 이름도 알려주고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준다. 엄마 이야기를 한참 듣더니 쌩긋 웃어 보이는 아이를 보니 새로 생긴 친구들이 다행히 마음에 드나 보다.

페이스북에 동네 식물 정보 나눔 그룹에도 가입해서 이것저것 정보를 구하고 질문도 하고 있다. 좋은 식물을 살 수 있는 널서리에 대한 정보도 많고 때로는 본인들의 식물을 나눔하기도 한다. 모르는 식물이 없고 인터넷을 서치해도 좀처럼 알 수 없던 질문에 답을 척척해주는 이웃들을 보니 우리 동네에 식물 박사님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다. 차를 타고 가다가도 이제는 이웃집들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인데 이제 좀 아는 식물들이 생겼다고 지나가다 아는 나무나 꽃이 있으면 꼭 아는 체를 하고 있다.

이제 보니 우리 집에는 자라나는 것 투성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가 있고 소리 없이 쑥쑥 자라는 초록 친구들이 있다. 매일 아침 새로 나고 있는 아이의 이를 살피고 식물들 새순이 돋았나 혹 물을 안 줘 기운이 없는 아이는 없나 들여다보는 내 모습을 보니 어리고 연약한 것들을 향한 내 마음도 자라나고 있음을 느낀다.

애 하나도 쩔쩔매면서 키우고 있는 주제에 애가 주렁주렁 여럿이 늘었으니 큰일이다. 어깨가 한층 무겁다. 그래도 자라나는 것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는 매일 새롭고 즐겁다. 빨리 크지 않아도 좋으니 이 아이들과 오래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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