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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Do It

2021-06-05 (토) 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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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는 나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한동안 뜸하긴 했지만, 몇 년간 인스타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신발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이를 지인들과 나눌 때 사람들이 내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나이키한테 협찬받나요?”

물론 아니다. 나는 나이키한테 협찬을 받는 것도 아니고 나이키 외 다른 브랜드 신발들도 많지만, 나이키 신발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다. “나이키에 보내봐라, 충분히 나이키 광고나 프로모션에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 내가 게을러서 나의 열정이 부족해서 그런지 몇 년째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왜 신발(스니커즈)을 좋아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육상을 즐기던 에너지가 신발로 그리고 나이키로 옮겨갔다고 짧게 답한다.


중학생이던 7학년 내 인생에서 최고 흥미는 ‘육상’이었다. 학교에서 방과 후에 하는 육상팀에서 단거리 특히 200M 학교 대표 계주 선수로 다른 학교와의 시합에서 학교 기록을 새롭게 세우기도 했었다. 육상을 통해 다른 반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고, 중학교 시절을 뒤돌아 보았을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 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족들이 다시 한국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나는 더 이상 육상을 즐길 수 없게 되었고, 한국에서 남은 중고등학교 시기를 보내면서 한국 특유의 입시 제도의 틀에 나의 삶을 맞춰야만 했다. 내가 신발 그리고 나이키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육상을 통해 러닝화에 대한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기 때문이다.

학부, 대학원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의 커리어는 신발과 나이키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도시개발, 국제개발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신발들을 학생 때와 달리 손쉽게 살 수 있게 되어 좋았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신발과 관련해 항상 못다 이룬 꿈같은 아련한 마음이 남아 있다.

메모리얼 데이 주말 동안 뉴욕에서 온 손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오랜만에 내 속에 있던 신발 그리고 나이키 대화의 보따리를 풀고 나니, 내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 가졌던 감정들이 다시 생각났다.

나이키는 오리건 대학의 육상 코치와 선수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다. 인도의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 잡은 소도시 심라 거리를 누비는 삼륜차에 나이키 스티커가 붙어있고, 우간다의 식당에서 신발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현지 종업원들이 다가와 이 나이크(현지 발음)는 어디서 샀냐고 질문도 받아보았다. 정말 세계인이 다 아는 브랜드다. 하지만, 회사 설립 초기 여러 우여곡절을 겪을 때 이 회사가 죽지 않고 지금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이유는 두 가지라 생각한다.

하나는 초기 나이키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명확한 목표인 ‘러닝화 혁신’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이키의 슬로건이기도 한 ‘Just Do It’ 정신 때문이다.

이미 성인이 된 지 꽤 되었음에도 나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인정하고 있지 못하는 30대 중반의 초보 남편이자 회사에서는 이제 중간관리자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Just Do It’인 것 같다. 점점 책임질 게 많아지는 나에게 ‘그냥 해’라고도 번역할 수 있을 Just Do It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칼럼도 자원해서 쓰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즐기는 부분보다는 마감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인생에서 많은 부분이 이런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처음 설레고 기뻤던 마음을 떠올리며 내가 좋아하는 나이키의 슬로건을 외치며 힘을 내야겠다.

<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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