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25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46세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경찰 데릭 쇼빈에 의해 9분 넘게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했다. 또 다른 경찰살해의 하나로 묻히고 말 뻔한 이 사건은 현장을 지나던 틴에이저 소녀가 동영상으로 찍어 세상에 알림으로써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된 계기가 되었다.
“숨을 쉴 수가 없다”고, 20여회나 호소하며 플로이드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은 모든 사람에게 큰 충격이었고, 분노를 촉발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의 모든 경제, 사회, 교육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경찰의 과잉진압 및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일부 불순세력이 저지른 과격행위로 많은 업소들이 파손되었고, 한인 업소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 때 이후 조지 플로이드는 흑인에 대한 경찰폭력의 상징이 되었고, 어딜 가나 그의 이미지와 함께 BLM 구호가 들려온다. 팬데믹 기간 동안 쉴 새 없이 경찰개혁과 인종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미국사회에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뉴스위크 보도에 의하면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국에서 966명이 경찰에 의해 살해되었는데 이중 흑인이 181명이다. 전체의 20% 정도이지만 인구구성비율로 보면 흑인(13%)이 백인, 히스패닉, 아시안에 비해 훨씬 높다. 경찰살해는 일 년에 1,000여건, 하루 평균 3명꼴로 일어난다. 그러나 이 가운데 기소되는 것은 단지 10여건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기소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플로이드 이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나마 조금의 진전이 있었다면 민주당 성향의 30여개 주와 도시들이 경찰의 목조르기를 금지하고, 극단적인 무력사용에 동료 경찰이 개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연방의회에서는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하원에서는 경찰력 사용을 제한하는 ‘플로이드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는 그 비슷한 것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인간사회에 꼭 필요한 민중의 지팡이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 지팡이가 살인무기로 변하는 일이 너무 잦다. 경찰폭력과 살해를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