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1년이 넘는 팬데믹 기간 동안 활동이 크게 줄고 음식 소비는 오히려 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되던 출퇴근이 사라졌고, 하루 수십명씩 마주치던 사람들과의 접촉도 없어졌으며, 퇴근 후 이루어지던 만남, 운동, 행사 등 저녁생활이 모두 취소되었다. 그 모든 만큼의 칼로리 소비 역시 사라졌으니, 여분의 칼로리가 지방이 되어 온몸에 들러붙은 것이다.
대신 우리들은 술과 음식에 탐닉하며 컴퓨터 스크린과 넷플릭스에 빠져들었다.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가 올라갔고 과식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지난 1년은 우리 생애 어떤 해보다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체육관은 문을 닫았고, 스트레스가 증가할 때 찾는 ‘컴포트 푸드’는 케이크나 파이, 삼겹살이나 피자처럼 달고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들이다. 이보다 더 살찌기 좋은 환경은 아마 우리 세대에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확찐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듯이 미국인들은 ‘쿼런틴 15’이라는 말로 공포의 숫자를 표현한다. 자마(JAMA)가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열흘마다 0.5파운드 몸무게가 늘어나 한달에 2파운드, 1년이 지난 지금 평균 20파운드 살이 찐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리학협회(APA)가 최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1%가 ‘원치 않는 체중의 변화’를 겪었는데 5명 중 2명은 평균 29파운드, 10%는 무려 50파운드가 증가했다고 고백했다.
물론 이 수치는 무지막지하게 뚱뚱한 사람이 많은 미국인들 이야기이고, 한인들의 경우는 이보다 양호할 것이다. 하지만 정도 차이일 뿐 살이 쪘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이고,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7~8파운드가 늘었는데 체구가 작기 때문에 이것은 크나큰 외모의 변형을 초래했다. 나날이 불어나는 배를 두드리며 한숨 쉬던 어느 날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이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뭐 뻔한 얘기들이겠지,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두시간만에 독파했고, 당장 서점에 여러 권의 종이책을 주문했다. 살쪘다고 호소하던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자연위생학자이며 건강컨설턴트인 하비 다이아몬드(Harvey Diamond)가 2003년에 쓴 이 책(원제 Fit for Life, Not Fat For Life)은 40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전 세계에서 1,200만부가 판매된 건강백서다. ‘왜 야생동물은 병과 비만이 없는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다이어트 방법이라기보다는 자연의 법칙을 기술한 책이다. 기본원리는 자연위생학(Natural Hygiene)이다. 우리 몸은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하며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연의 법칙을 따르기만 하면 살이 찌지도, 병에 걸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이 살찌고 병에 걸리는 이유는 몸에 노폐물과 독소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 찌꺼기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 의해 생산되는데 이를 깨끗이 배출하기만 하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 배출을 돕는 것은 수분이다. 지구의 70%가 물이고, 우리 몸의 70%가 수분이므로 음식도 70%가 수분인 것, 즉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으면 최상의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시라는 것이 아니라, 식단의 70%를 신선한 과일 야채로 구성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류학자들이 석화된 치아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것은 1,200만년 전의 원시인부터 호모 에렉투스까지 인류가 생존에 의존해온 음식은 과일이었다. 과일은 넘치는 에너지원이기도 하지만 30분만에 위를 통과하면서 찌꺼기를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과일을 먹는 시점인데, 식후가 아닌 식전, 빈속에 섭취해야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여러 음식을 섞어 먹지 않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은 수백만 년 동안 한두 가지 ‘날 음식’만을 먹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굽고 볶고 끓이고 튀기는 등 잔뜩 가공된 음식들로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먹기 시작하면서 소화기관에 엄청난 부담을 안겼고, 여기서 독성 노폐물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산성소화액으로 분해되는 단백질(고기류)과 알칼리소화액으로 분해되는 탄수화물(빵, 밥, 국수)을 함께 섭취하면 소화액이 중화됨으로써 소화불량의 원인이 되고 노폐물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야채는 어떤 음식과 섭취해도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많이 먹을수록 좋다.
이 외에도 인체의 순환리듬에 따라 음식을 먹는 섭취기(낮 12시~저녁 8시), 소화와 흡수가 이루어지는 동화기(저녁 8시~새벽 4시), 노폐물을 빼내는 배출기(새벽 4시~낮 12시)의 3주기를 지켜야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이에 따라 지난 두달 동안 오전에는 과일주스와 과일만 먹고, 식사할 때는 고기류와 탄수화물을 함께 먹지 않고 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으며, 저녁 8시 이후에는 와인 외의 음식을 일체 입에 대지 않았다. 그래서 살이 얼마나 빠졌냐고? 휴~ 한번 오른 체중을 내리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거의’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왔으며 무엇보다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몸이 가벼워진 것이 큰 수확이다.
단 몇줄의 설명으로는 자연위생학의 원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을 읽고 살도 빼고 건강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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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