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는 3번째 봉쇄령이 내려져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 중환자실은 포화상태고, 주 경계선이 차단된 곳도 있다. 인구 5배 분량의 백신을 확보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백신 공급이 늦어 3차 확산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베트남은 방역 성공국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신규 확진자가 최대 90여명을 기록한 날도 있으나 지난달 말에는 하루 7~8명선. 백신 여권제를 도입해 1년이상 봉쇄했던 국경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색이지만 섣부른 개방을 우려하는 소리도 높다. 1회이상 백신 접종자 비율이 전체의 0.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A카운티는 이제 코로나 가이드 라인을 옐로우로 낮췄다. 퍼플, 레드, 오렌지를 지나 마침내 가장 낮은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옐로우 다음은 완전 정상화, 파란 불이 켜지게 된다.
LA카운티 공보관실의 주선으로 카운티 보건 간호사인 윤소라씨를 전화로 만났다. 이 시점에서 카운티 보건당국이 판단하고 있는 LA의 상황을 더 좀 자세히 듣고 싶어서였다. 매주 월요일 바바라 페러 카운티 보건국장의 정례 브리핑에 한국어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부터 공보관실의 한국어 홍보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LA카운티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13년차 간호사라고 한다.
그녀는 지난 주 3,4일 이틀 연속 LA의 코로나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는 말을 전한다. 팬데믹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루 사망자가 200~300명을 헤아리던 지난 1월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제 카운티 직영 접종장소에 가면 사전예약없이도 접종이 가능하다. 700여개소의 접종소 중에서 카운티가 직영하는 곳은 포럼, 발보아 스포츠단지, 칼 스테이트 노스리지 등 8개소에 이른다. 월마트와 샘스도 사전 예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형약국 체인은 물론 웬만한 한인 약국에서도 접종이 가능해졌다. 커뮤니티 기관이나 일부 한인교회에서도 독감 예방주사 놓듯 코로나 백신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LA의 백신 수급상황이 그만큼 넉넉해 진 것이다.
미국서 승인된 3종류의 백신이 모두 LA에 도착해 있다. 골라 맞을 수 있다. 웹사이트나 아니면 직접 각 접종소에 문의하면 구비된 백신의 종류를 알 수 있다. 18세미만은 아직 화이자 말고는 맞을 수 없으므로 화이자가 준비된 곳으로 가야한다. 카운티 직영소 중에도 있다.
한인은 얼마나 접종했을까. 한인만의 자료는 따로 없다. 아시안 전체로는 1회이상 접종한 65세이상 연장자가 지난 2월 36%에서 이달 들어 76%로 늘었다. 한인과 아시안은 백신 접종에서도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라티노와 흑인 젊은 층의 접종률이 가장 낮다. 이달초 현재 1회이상 접종자를 인종별로 보면 16~29세 흑인 남녀 18~20%, 라티노 24~31%, 백인 43~51%, 아시안은 57~63%로 집계됐다.
팬데믹이 덮치자 카운티 정부는 코로나 총력 대응체제로 전환했다. 부서에 관계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코로나 대응 업무에 나섰다고 한다. 윤소라씨도 소속된 부서는 아동가족 복지국으로 아동 학대 등이 전담업무였으나 이중언어가 가능한 1.5세 간호사여서 한국어 통번역 지원에 나섰다. 두 업무를 병행하고 있고, 보건국 일이 30~40%를 차지한 때도 있었다고 한다. 각종 코로나 정보와 브리핑 자료 등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에는 7~8명의 한인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옐로우 단계인 LA의 현황을 듣다 보면 서인도양의 작은 섬나라인 세이셸 제도(the Seychelles)가 생각난다. 115개의 섬으로 된 이 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나라였다. 지난달에 이미 전 국민의 60%이상이 접종을 마쳤다. 집단면역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최근 다시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
하루 신규 감염자 100여명, 인구 10만명의 작은 나라로서는 큰 부담이다. 봉쇄령이 다시 내려졌다. 신규 감염 1,000여 케이스 중 접종을 완료하거나 1회 접종을 한 사람이 65%에 이른다고 한다. 백신은 60%는 중국산 시노팜, 40%는 인도에서 제조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다. 시노팜은 세계보건기구가 처음 긴급사용을 승인한 중국산 백신으로 효능 78%, 아스트라제네카는 79%라고 한다.
관광 수입이 전체의 4분의1인 세이셸 제도는 접종률이 높아지자 지난 3월말부터 문호를 개방했다. 72시간내 음성 판정을 받은 기록이 있으면 격리조처 없이 외국인 관광을 전면 허용한 것이다. 최근의 재확산은 섣부른 문호개방이 원인이었을까. 이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걸까. 아니면 백신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세계의 보건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A의 옐로우 단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우선 안도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비즈니스는 완전 정상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하지만 아직 무장해제 단계는 아니다.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어떤 변수가 닥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완화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계속 준수하면서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나갈 수밖에 없다. 요즘 LA카운티 보건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 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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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