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들어 뉴욕 주식시장이 계속 떨어지면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주 원인이다. 지난 10일 하루에 나스닥 지수가 무려 2.55% 급락한데 이어 11일에는 다우존스지수가 1.36% 하락했다, 장중 한때 600포인트 이상 빠지기도 했다. 12일도 모든 지수가 하락세로 출발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서 상품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가격은 공급부족으로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에 떠넘긴 고율의 관세로 상품과 원자재 가격은 더욱 올랐다.
연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작년 동기 대비 4.2% 급등했다. 시장 예측치인 3.6%를 훌쩍 넘겼다. 2008년 9월 4.9%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지난해 기저귀 값을 크게 올렸던 킴벌리-클라크와 P&G는 올해 또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또 반도체 부족 현상은 자동차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으며 머지않아 가전제품들과 가정용품들 가격까지 밀어 올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산물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옥수수 가격은 201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며 대두 가격 역시 그렇다.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는 1년 전과는 완전히 정반대이다. 2020년 중반 계속해 물가가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자 디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탄력을 잃고 장기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디플레이션의 우려를 벗어나 이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문가들 사이에 크게 엇갈린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와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반면 실물경제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존스홉킨스 대학 로렌스 볼 교수와 IMF 수석경제학자인 기타 고프나스 같은 저명한 학자들은 “물가상승이 일시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도 장기간에 걸쳐 시행되는 것인 만큼 급격한 물가인상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견해들도 만만치 않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우리는 상당한 인플레션을 보고 있다”며 물가추이에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만큼 연준은 결과를 보고 정책을 취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미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금리를 올리거나 채권매입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면 그동안 크게 가격이 올랐던 고성장 자산의 대량매각이 뒤따르게 된다. 최근 며칠 사이의 주가 하락은 바로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경제정책 당국에 물가 관리는 대단히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이다. 경제학에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 역의 관계가 있다는 이론이 있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따 ‘필립스 곡선’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팬데믹으로 악화된 실업률을 줄이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제가 왜 쉽지 않은지를 잘 설명해준다.
경제전문가들은 2% 내외의 인플레이션을 미국경제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너무 낮지도, 그렇다고 너무 높지도 않게 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제가 연준에 주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