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백신은 게임 체인저 였다. 캘리포니아는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거듭되는 이야기지만 코로나 백신이 이렇게 빨리 개발된 것은 기대밖의 성과였다. 현대 의학에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면서 일궈낸 개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백신에 관한 갖가지 의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 승인된 백신은 모두 4종류. 승인 앞에는 전부 ‘긴급’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통상적인 백신의 승인절차를 모두 거쳐야 했다면 몇 년이 걸렸을 지 모른다. 그만큼 적은 샘플을 가지고, 짧은 기간에 이뤄진 개발이었다.
임산부가 맞아도 될까. 이 질문에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접종을 권유한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불임 문제는 없을까, 그런 걱정은 기우라고 한다. 어느 백신이 가장 좋아요? 이 질문에는 당신이 지금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최상의 것이라는 답이 나와 있다. 하지만 아직 답할 수 없는 질문이 더 많다.
“1, 2차 접종을 서로 다른 백신으로 했다. 화이자를 맞고, 모더나를 맞았는데-”, 아니면 “모더나를 맞고, 존슨 & 존슨을 맞았는데-”라는 질문에는 “지금은 안전성과 효과를 알 수 없다”가 정답이다. “괜찮을 것”은 추정이다. 입증할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3차 접종, 부스터 샷 이야기는 진즉 제기됐다. 하지만 “첫 번째 접종 후 12개월 후 맞아야 할 것”이라며 화이자가 접종 시기까지 언급한 것은 최근 일이다. 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접종 후 면역력은 얼마나 지속될까. 백신마다 다를 수 있다. “코로나와 플루 백신을 원 샷으로 맞을 수는 없을까” “애완동물도 맞히는 게 좋지 않을까”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아직 답변이 불가능하다.
존슨 & 존슨 접종자 중에는 사망자도 나왔다. 백신을 맞은 후 3번 기절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누구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 백신은 접종을 하면서 일정 실험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직 모든 질문에 답할 만큼 충분한 정보가 축적되어 있지 않다.
백신에 관한 많은 질문 중 하나는 “아이들은요?”일 것이다. “어린이 백신은 왜 이리 더딘가” 자녀가 있는 가정이 갖는 불만이다. 어린이 사망자와 중증 환자가 적기는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18세미만 코로나 사망자는 27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어린이 감염이 전체 감염의 13%를 차지한다. 1~3%는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중증을 보였다.
미국의 미성년 청소년은 7,300만명에 이른다. 어린이 접종이 없다면 집단 면역도 어렵다. 감염된 어린이는 증상이 없어도 옮기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청소년 접종은 12살까지 중고생은 오는 가을학기 전에, 초등학생은 연말 아니면,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백신 실험은 연령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연령대에 맞는 가장 적정한 백신 양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어린이 백신은 최소량을 투여해 안전하게 일정 효과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성인에게 100마이크로그램(mcg)을 접종하는 모더나의 경우, 2~18세는 50, 100mcg 두 종류, 2살미만은 25, 50, 100mcg 3종류를 실험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적정 양이 파악되면 플라시보, 가짜 약을 투여한 어린이와 효능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피게 된다. 승인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16세까지 접종이 승인된 백신은 화이자가 유일하다. 모더나 등은 18세이상만 맞을 수 있다. 화이자는 이미 12~15세 청소년 시험에서도100% 예방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모더나도 비슷한 실험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즉 12세 이상은 다음 학기 전에 화이자나 모더나 접종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모더나는 지난달부터 생후 6개월~11세 백신 시험에 들어갔다. 화이자는 더 세분화해 5~11세, 2~5세, 6개월~2세로 나눠 시험하고 있다. 접종이 재개된 존슨 & 존슨 역시 12~18세와 그 이하 연령대 등 2그룹으로 나눠 시험하고 있다. 유럽과 한국 등에서 승인된 아스트라제네카는 6세이상을 대상으로 시험중이다.
다행인 것은 어린이는 코로나 감염률이 낮고, 특히 중증으로 발전하는 예가 성인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인간에게는 일반감기 정도의 증상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 4종류가 이미 와 있다. 어린이들은 평소 코와 목 등 호흡기 윗부분이 이 바이러스에 잘 감염된다고 한다. 그래서 더 심한 것이 왔을 때 면역에 도움이 됐으리라는 가설이 있다. 어린이의 면역 기능은 어른과는 다르게 작동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가설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백신에 관한 것은 아직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지 않다. 코비드19도, 백신도 다 처음 겪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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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