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단상] 창문을 열자

2021-04-19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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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창문을 닫고 사는 것이 보편화되었다고 한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뉴스 화면에 나오는 서울의 하늘은 전체가 뿌옇게 흐려서 어떻게 저 속에서 살 수 있을까 하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런데도 봄의 기운을 마시기 위하여 서울 사람들은 창문을 연다. 여의도 벚꽃놀이도 개장하였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아직 위험 시기라고 하지만 봄의 기운을 막을 수는 없다.

어쩐지 봄에는 기운이 난다. 어디서 이런 기운이 솟을까? 볼티모어의 정신의학자 알란 펙 박사는 햇빛의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햇빛이 눈의 각막을 자극하고 식욕과 성욕 등을 발동시키는 하이포 탈라므스(Hypo Thalamus)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라는 어려운 설명을 하는데 과학적인 설명이야 어쨌든 봄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바깥으로 나가게 하고 활동적으로 만든다.


각 나라의 노동운동도 활기를 띠는 것이 봄이다. 소위 춘투(春鬪)의 계절이다. 요즘 아시안에 대한 혐오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것 역시 봄과 무관하지는 않다. 원래 미국의 인종차별은 흑인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의 흑인은 1600년대부터 1800년대 중엽까지 무려 250년간이란 긴 세월에 걸쳐 인간 이하의 차별시대를 살았다.

지금은 섞여 사는 시대이다. 인종으로 나누고 지식의 정도로 나누고, 경제력으로 나누고, 문화의 차이로 나누는 시대가 아니다. 민주주의란 공존공유의 사상이다. 함께 잘 되자는 것이 인류의 이상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주와 노동자가 함께 잘 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명절이 5월1일, 노동절(May Day)이다. 노동자의 수고를 알아주고 감사하자는 날이다. 노동자는 부려먹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함께 싸우는 동지이다. 노동자들이 깃발을 드는 험한 날이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를 하는 즐거운 날이다.

창문을 열자. 평등 자유 공존의 창문을 열자. 그것이 봄의 기운을 맞는 인간의 바른 길이다. 자유를 억누르며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 평등을 무시하고 행복을 말할 수 없다. 함께 살고 함께 잘되는 길을 걷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살 길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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