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취임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던 사람은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으로 선출된 카말라 해리스일 것이다. 이는 많은 여성들, 특히 자라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취임식 이후에도 많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3월8일 여성의 날이 다가워지자 CNN 등에선 여자 CEO 들이나 세계 리더들이 그 자리에 가기까지의 고충을 논하며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성평등을 이룰 것인지 실용적인 접근을 제시한다. 오늘 신문에서도 “100대 기업 중 70곳이 0명, 여성이사 구인 비상 걸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했다.
이제 자산 2조 규모가 이상이면 여성 이사를 의무화하겠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나왔고, 이는 최근 주목받는 ESG 경영(환경, 사회, 지배구조, 즉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 외 판단하는 기준을 뜻하며), 그중 “S, 사회”에 해당되는 부분을 충족시킨다며 각광받고 있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 시작하던 2006년 만해도 여자 사원의 연봉은 같은 레벨의 남자 사원에 비해 적었고, 구조조정을 해야할 때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쉽게 겨냥되곤 했었다. 하지만 그동안 힘겹게 싸워주고, 열심히 일을 해 사회에서 인정받은 여성들 덕에 여자들의 위상은 크게 격상되었고, 이로 인해 지금 우리 세대는 덕을 보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고, 결혼 후에도 맞벌이가 대다수이며, 여자가 가장인 경우도 등장해 요즘은 여자이기 때문에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이 여성을 우대해주고, 그에 맞는 권리 부여의 중요성이 높아지니 사회활동이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남자들의 볼멘 소리도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성의 날’이 있으면 왜 ‘남성의 날’은 없냐는 둥 회사에는 여자들끼리 인맥 쌓는 동아리가 있었데 남자직원들은 왜 갈 수 없냐며 본인들도 차별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세월 동안의 차별이 여성들을 이렇게 똘똘 뭉치도록 한 계기가 되었겠지만, 이런 지속적인 남녀 구별하는 모임과 눈에 보이는 여성 우대는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임원 중 몇 프로 이상은 여성이어야해서 그 직업에 적합한 다른 남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의 의무적 숫자채움이나 여성끼리의 인맥을 장려하는 현상은 오히려 남자들의 경계심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남녀 평등을 이루려면 남자고 여자고 성에 따른 능력에 대해 선입견을 버리고, 한 사람을 개개인으로 보는 게 더욱 중요할 것이다.
최근 라디오에서 “I hate Disney”라는 노래를 처음 듣고, 이를 흥얼거리다 가사를 찾아보았다. 이는 신데렐라나 인어공주같은 디즈니 프린세스 영화들이 로맨스에 대해 잘못된 기대를 걸게 해서 사랑을 못 찾는다는 회의적 내용이다. 하나 기억해야할 점은 신데렐라는 새엄마 집에서 구박받으며 집청소를 해주던 의붓딸이었고 애리얼도 사람이 되고 싶은 인어였는데 둘 다 왕자의 구출로써 happily ever after를 맞이한다. 결국 영화에서 구출이 곧 사랑으로 표현되지만 독립성도 갖고 남녀평등을 외치며 왕자의 ‘구출’로 해피엔딩까지 원하는 여자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요즘 결혼해 아이들 낳고 직장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육아와 집안살림을 함께 하는 부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편들이 앞치마 두르고 요리를 하는 경우와 청소기를 돌리는 경우는 수없이 보아도, 여자들이 집에서 못을 박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여자가 하면 수월한 일이 있고, 남자가 더 잘하는 일들이 있는데 요즘은 여자들이 너무 무조건적인 평등을 찾고 선택적으로 좋은 것만 누리려 하는 듯하다.
남녀평등을 더 진전시키고 여성의 위상을 더 올리려면 여자들도 권리만 찾기보다는 의무도 병행해야한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없이는 살 수 없다. 어떻게 서로 상생했을 때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지에 대한 방향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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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국제개발금융 투자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