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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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봄이 어찌 멀었으리요

2021-0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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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유럽의 나라들은 공산주의 체제하에 있었고 독일의 통일은 먼 희망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개방적인 고르바초프가 1985년 소련의 지도자가 되면서부터 중유럽의 나라들의 개혁과 개방을 허용하게 된다. 아울러 이 일을 시발점으로 베를린 장벽이 1989년 11월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이 일은 이미 한달 전부터 동독의 라이프치히시의 한 모임에서 예견된 일이었다. 월요일의 데모라고 불리는 이 모임은 1982년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5시, 4개의 교회가 연합하여 함께 기도회를 갖기 시작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매주 기도회를 마친 이들은 작은 불빛을 밝히며 어두운 거리를 조용히 행진하였다.

1989년 10월9일 독일 정부 창립 40주년 기념일에도 라이프치히시에서 월요기도회를 예정하자 동독의 에리히 호네커 수상은 행진하는 군중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다. 군중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서 교회 지도자들은 병원마다 응급실을 마련했고 피신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교회와 극장문도 활짝 열어두었다. 결국 이 일이 분기점이 되었다.


그 날 기도회 후 행진에는 무려 7만 명이 참여하더니 10만명, 50만명으로 늘어나 11월9일에는 무려 100만명에 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동베를린을 가로지르는 행진대열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호네커 수상은 항쟁에 굴복하여 사임하게 되고 국경제한이 풀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을 통해 서베를린에 가게 되고 동서베를린을 가로막던 검문소 또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장벽을 감시하는 군인들도 물러나 결국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게 되었다. 먼 희망처럼 보였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이 세상에 희망의 싸움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어둡고 암울한 세상에서도 희망이 있는 싸움은 세상의 어떤 그 무엇보다 밝고 빛나는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영국의 시인 퍼시 셸리는 ‘서풍에 부치는 노래’에서 희망을 잠재운 추운 겨울, 또 다른 봄을 기대하며 이렇게 시구를 마무리한다.

“만일 겨울이 온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요.(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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