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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가 코로나 시대 살아남는 법

2021-01-15 (금)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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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아티스트 송예슬 작가의 이색 실험

▶ ‘보이지 않는 조각들’ 공원·길거리 설치 관객 만나

미디어 아트가 코로나 시대 살아남는 법

송예슬 작가가 뉴욕의 한 공원 앞에서 자신의 미디어 아트 ‘보이지 않는 조각들’ 전시 준비를 하고 있다. 원내 사진은 길거리를 지나던 한 가족이 송 작가의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 [송예슬 작가 제공]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만남이 힘들어짐에 따라 박물관과 갤러리에서의 전시와 공연이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예술가들의 온라인 공연 및 전시 등이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라마마(La Mama)의 온라인 공연 시리즈와 같이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은 온라인 공연을 하고, 화가와 조각가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전시를 하며 미술관들은 비대면 예술 교육 프로그램 및 행사들을 제공하고 있다. 쿠리만주토 갤러리의 티탄(Kurimanzutto gallery’s Titan)처럼 야외 공간에서 시각 예술 전시를 여는 갤러리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직접 체험이 작품의 필수 요소라 온라인으로 전시 경험의 대체가 어려운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는 코로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뉴욕에서 활동중인 한인 미디어 아티스트 송예슬 작가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뉴뮤지엄(The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소속 송 작가는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보이지 않는 조각들(Invisible Sculptures)’ 시리즈를 작업하던 중 어려움에 부딪혔다.

송 작가는 “보이지 않는 조각들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른 감각들의 통합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조각들의 모음인데, 브루클린 전시를 위해 새로운 조각을 만드는 중에 코로나 확산으로 전시가 연기됐다”며 “전시에 참가하는 다른 시각 예술 작가들은 작업을 온라인 버전으로 전환했는데, 제 작업은 관객이 자신의 몸과 감각을 통해 체험하는 것이 필수적이어서 온라인 공간의 간접 경험으로는 작품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송 작가는 다른 작가 및 디자이너들과 함께 쓰던 작업 공간인 브루클린의 다크매터(Dark Matter Manufacturing)도 닫아 이스트빌리지의 작은 집으로 작품들과 작업도구들을 옮겨왔다고 한다.

송 작가는 “그렇다고 갤러리들이 열기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고, 옮겨온 작업 도구들로 어수선한 방을 지켜보다가, 보이지 않는 조각을 카트에 싣고 직접 근처의 공원이며 길거리에 들고 나가 전시해 관객을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송 작가는 이내 카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작업에 필요한 센서며 전기장치들을 실외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한 다음 뉴욕시 공원개발부서 직원과의 논의, 그리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작업을 맨해턴의 톰킨 스퀘어팍과 근처 길거리에서 전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 작가는 갤러리나 박물관과 같은 전형적인 화이트박스 예술 공간에 전시할 때에 비해 훨씬 다양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예술 공간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정서적,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 갤러리나 박물관에 가는 관객은 사실 제한적이고,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실내 공간에 들어가기 꺼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누구나 지나다니는 길거리,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방문하는 공원에서 매우 다양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무척 의미 있었다”고 전했다. 또 “작품 체험을 매개로 서로 모르는 이웃들 간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있었다”며 “보이지 않는 조각들 작업이 다루고 있는 인식의 다양성이라는 주제와도 잘 맞는 전시의 형태라고 생각하며, 예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예슬 작가의 보이지 않는 조각들은 2021년 5월14일부터 16일까지 뉴욕 맨해턴 14번가 전체에서 열리는 대규모 야외 예술 축제인 아트 인 오드 플레이시스(Art in Odd Places)에 참여작으로 선정됐으며, 추후 야외 전시 소식은 프로젝트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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