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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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2021-01-11 (월) 이선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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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지 않은 계절의 삭정이
노을빛 비스듬히 덧칠하고
저물어 가는 길, 웬지 낯설기만 하다
코로나19로 단절된 긴 날 때문이리

잠깐이면 되리라 밀어놓은 계획들
여전히 떠날 줄 모르는
불한당의 동거에
하얗게 지쳐간다

낭떠러지에 다다른 탈주자처럼
포기한 욕망에 차츰 익숙해지고
위안의 끝자락에 부여된
또 다른 자유


아랑곳없이 날아드는 새들에게 모이를 주며
목숨 건진 자의 하루를 감사하는 일

제철 지나 시들은 무궁화 보며
어지러운 내 조국 걱정 하는 일

그렇다!

약한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개 한껏 쳐들어 하늘 보는 일이다.

오직,

<이선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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