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킨스 여인의 이름 품은 고봉들 줄이어

2020-11-13 (금) 정진옥
작게 크게

▶ 산행가이드 South Mt. Hawkins ( 7,783’ )

바짝 마른 Crystal Lake의 풍경.

등산로변 어느 산기슭의 모습.


Crystal Lake Recreation Area 주차장.


정상에서 본 동쪽 전망(Mt. Baldy).


City of Azusa를 관통하며 San Gabriel River를 따라 고산지역인Angeles Crest Highway의 Islip Saddle(6680’)까지 이어지는 산악도로가 San Gabriel Canyon Road(39번 도로)이다. 210번 Freeway의 Azusa Ave 로 나와서 39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20마일을 가면 왼쪽에 Coldbrook Campground라는 안내판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개울이 있고 피크닉 테이블들이 있는데, 옛날엔 바로 이 자리에 ‘Doc Beatty’s Squirrel Inn’이란 업소가 있었다고 한다.

인근에 있던 광산의 일꾼들이나, 사냥꾼 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곳이었겠다. 술집과 여관을 겸하던 가게였을텐데, 이곳에서 1901년 부터 6년간 Waitress로 일을 했던 Nellie Hawkins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고 한다. 매우 이례적으로 4개의 고산, 즉 Mt. Hawkins(8850’), Middle Hawkins(8505’), Sadie Hawkins(8047’), South Mt. Hawkins(7783’) 에 이름이 헌정된 여성이다. ‘Hawkins’ Ridge도 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기에 Waitress라는 평범한 일을 하던 여인이 이렇듯 여러 개의 산에 그 이름이 오를 수 있었던 것일까? 호기심은 있으나 필자의 제한된 노력이나 능력으로는 이에 대한 배경이나 사연을 전혀 찾아 낼 수가 없으니, 이런 경우에 육당 최남선 선생의 권면처럼, 상상력을 동원해 보기로 한다. Waitress로 6년동안 일을 했다는 것과 ‘Sadie’라는 표현이 산의 이름으로 들어간 것에서, 만약 이 표현이 혹시나 ‘Sad’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면, 아주 젊은 나이인 1907년쯤 어떤 갑작스런 일로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닌가 상상해 본다. 그렇기에 세인들이 그 녀를 추모하는 열기와 애석함이 더욱 크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 거친 남가주의 San Gabriel Canyon 언저리에 머물며 고독하고 고된 삶을 살아내던 서부의 사나이들에게, 다정한 누이처럼, 설레는 연인처럼, 포근한 어머니처럼 여성만이 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함을 나누어 주던 여인이었을 것 같다. 요절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혹시 살신성인의 그 어떤 숭고함이 개재된 최후는 아니었을까? 요즘같은 세상이라면 좋이 한편의 감동어린 영화의 소재가 되고도 남을 그런 뭉클한 사연이 있었음직 하다.

그 녀의 이름이 붙은 산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산이 South Mt. Hawkins이다. Crystal Lake Recreation Area의 Trailhead에서 이 산을 목표로 등산을 한다면 왕복 10마일에 순등반고도가 약 2000’가 되고 왕복 약 6시간이 걸린다. 처음의 1마일은 수목이 우거진 숲속을 걷고, 나중의 4마일은 시종 완만하고 널찍한 비포장도로를 걷는 코스이다.

가는 길

210번 Freeway의 Azusa Exit으로 나와서, Azusa길(39번)을 따라 북쪽으로 25마일을 가면 Crystal Lake Recreation Area 라는 안내판을 보게 된다. 우회전하여 이 안으로 2마일 정도를 들어간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하늘을 뚫을 듯 솟아있는 푸른 숲속이다. 넓은 주차장이 있다.

화장실이나 피크닉 테이블 등이 잘 구비되어 있어, 등산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친지들의 소풍코스로도 아주 훌륭하다. 트레일 중간 중간에 이정표가 잘 구비되어 있어 그를 잘 보면서 가면 되겠지만 그래도 간혹 있을 수 있는 착각이나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곳의 상세지도를 꼭 휴대해야 하는데, 이 코스를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면 더욱 금상첨화겠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57 마일이며, 차로는 2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등산코스

등산의 시작점인 주차장의 고도가 5835’인 고지대이므로 입동이 지난 요즘같은 11월의 이른 아침에는 아주 싸늘하고 청량한 천기를 폐부 깊숙히 만끽할 수 있겠다. 주차장 옆에 북쪽으로 나있는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0.4마일을 가면, 포장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게 된다. 이정판이 서 있다. 북쪽으로 나있는 숲속길을 0.7마일을 더 가면 비포장도로를 만난다. 길 안내판이 있다. 이 비포장도로가 South Hawkins Road이다. 고도 6570’ 지역이다. 우측 갈래를 따라간다.


18년 전에 있었던 산불에 타다 남은 나무들이 길 주변으로 눈에 띈다. 길은 동쪽을 향하여 굽고 펴지며 뻗어간다. 왼쪽으로는 높고 가파른 산줄기가 동서로 이어져 있는데, 맨 윗부분은 고도 8000’를 넘나드는 고지대이다. Windy Gap에서 Mt. Hawkins 로 이어지는 PCT 구간이다. 약 1.7마일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왼쪽으로 험준하면서 아름다운 계곡이 나온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있다. Snowslide Canyon으로 초목이 푸르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남쪽을 향하여 나아간다. 이제 왼쪽으로 높이 솟아있는 산줄기는 Hawkins Ridge가 된다.

오른쪽으로는 Crystal Lake Area가 한눈에 들어오고 Windy Gap, Islip, Smith가 가깝다. Waterman, Twin Peaks, Triplet Rocks 등이 그 뒤로 벌려있다. Crystal Lake Area에 오르는 구불구불한 포장도로가 발아래로 자그맣게 보이는데, San Gabriel Canyon과 San Gabriel Reservoir의 모습은 한 폭의 멋진 그림이다.

2.3마일 지점이 되면 길이 온통 크고 작은 낙석으로 뒤덮여 있다. 미상불 왼쪽이 깎아지른 듯 가파른 비탈로서 언제라도 큰 바위들이 우르륵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불안정한 형세이다. 혹여 지진이라도 나면 큰일이라는 ‘기우’의 두려움에 걸음이 빨라진다. 오른쪽은 더욱 시야가 넓어진다. Monrovia, Harvard, Wilson, Occidental, Markham, San Gabriel, Disappointment, Deception, Lawlor, Strawberry, Josephine 등의 많은 산들과 산줄기들이 뿌옇고 가뭇하게 펼쳐있다. 가위 진기한 장관이다.

불에 탄 고사목들이 어지럽게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길섶에, 또 산기슭에, 보드라운 붓털같은 느낌의 노란 봉오리를 소담스럽게 피우고 있어, 커다란 꽃바구니를 연상시키는 식물이 자주 눈에 띈다. Rabbit Brush이다. 겨울동안에는 토끼의 먹이도 되고, 새의 보금자리도 되어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토착 원주민들은 노랑색깔을 내는 염료로도 활용했다는 여러가지로 유용한 식물이다.

4.4마일 지점에 이르면 왼쪽의 Hawkins Ridge와 오른쪽의 South Mt. Hawkins사이의 안부가 된다. 고도 7480’ 쯤이다. 등산안내판이 있다. 왼쪽으로 가면 Sadie Hawkins, Middle Hawkins를 거쳐 PCT를 교차하고 Mt. Hawkins까지도 이를 수 있다. PCT까지는 2마일의 거리가 되는데, 인적이 아주 드문 ‘전인미답’의 한적한 산 길을, 수려한 산세의 전망을 즐기며 푹신하게 깔린 솔잎을 밟으며, 또 향긋한 솔향도 음미하며 걷게 되는 매우 아름다운 구간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목표인 South Mt. Hawkins의 정상까지는 오른쪽으로 0.5마일임을 알려준다. 이제 South Mt. Hawkins의 정상을 오르는 루트는 두갈래로 나뉜다. 도로로는 0.6마일이고, Ridge로 나있는 등산길로는 0.3마일이다. 물론 순등반고도는 다 같이 300’ 정도이다. 안전하고 편안한 도로를 따라간다.

도로는 나선형으로 봉우리를 완전히 두바퀴를 돌아서 정상에 닿는다. 모두 5마일을 걸었다. 2002년 Curve Fire로 사라진 산불감시망루의 잔해가 산만하다. 그러나 사방팔방의 전망은 대단히 준수하고 경이롭다. 북쪽으로 Sadie Hawkins, Middle Hawkins, Hawkins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과 남쪽의 전망은 여전히 장관이다.

동쪽의 웅장한 경치는 이곳 정상에서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Baden Powell, Pine, Dawson, Baldy, Iron등의 고봉들이 도열해 있고 Copter Ridge, Ross, Ontario Ridge는 겹겹으로 병풍되어 펼쳐 있다. 동남쪽으로 Rattlesnake이 지척이고, 멀리는 Orange County의 Santiago, Modjeska도 모습이 드러난다. 오래 전에 이곳에 산불감시망루를 세웠던 안목에 공감하면서, 감시의 대상이었던 바로 그 산불의 가차없는 공격에 속절없이 불타버린 망루의 운명이 마냥 얄궂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카테고리 최신기사

kim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