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4월에 맞는 봄방학은 늘 선물같은 시간이다. 예년에는 그 기간을 선교활동으로 해외에서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형편이 사뭇 달랐다. 그 즈음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며 LA 커뮤니티 칼리지 연합의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고, 온라인 강의훈련이 실시됐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마음으로 접속한 훈련 사이트에는 낯선 온라인 플랫폼 용어가 가득했다. 막내딸의 도움과 ZOOM 으로 다시 만난 학생들의 협조로 봄학기가 무사히 마무리될 즈음, 다시 공지가 왔다. 봄에는 응급사태로 면제됐으나 규정상 온라인 강의자는 자격증이 필수란다. 그렇게 시작된 자격증 훈련은 원래 1년 과정을 8주 속성 코스로 진행하고 있다. 매일 만만치 않은 진도를 나가니 몇몇 동료는 훈련을 포기하고 이참에 은퇴를 하였다.
알고 보니 가주 교육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대학의 온라인 강의를 선도하고 있었다. 이미 예견됐던 대학 교육 환경의 변화가 코로나 사태로 앞당겨진 듯하다. 교육부의 연구에 따르면 한 과목의 온라인 전환에는 강의자의 100여 시간의 무보수 작업이 필요하다. 이 여름 얼마나 많은 강의자가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작업 중일지 상상이 간다.
주목을 끄는 또 다른 사항은 커뮤니티 칼리지 내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의 온라인 강의 성취도는 백인과 아시안 학생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아마도 환경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기억하니 지난봄에 낙오된 학생 중에는 COVID-19로 가족을 잃은 학생 외에도, 집에서 공부할 장소가 없는 학생, 온라인 수업에 쓸 기기가 없는 학생도 있었다. 그렇다면 공부할 의지가 있는 학생이 보호된 장소와 개인 기기가 있다면 온라인 수업으로 대면수업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겠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요즈음 우리 상황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이전과 다른 위기 속에서 자녀들의 학업과 안전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시절을 지난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적어도 1~2년은 갈 것이라 예측된다. 대학의 수업도 거의 온라인으로 바뀐 이 때, 자녀들이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대학생활을 지속할 방법에는 커뮤니티 칼리지 강의 수강도 있겠다. 이 방법은 이미 다니던 대학의 졸업 학점을 쌓거나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준비가 가능하다.
이미 대학을 다니던 학생들은 그 학교 카운슬러에게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택할 수 있는 과목을 확인하고, 등록 전 미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그 대학의 졸업학점으로 인정된다. 대학 신입생이라면 커뮤니티 칼리지 입학 수순을 온라인으로 밟은 후, 카운슬러와 4년제 대학 편입 계획을 세우면 된다. 예를 들어 대다수 UC 대학은 IGETC라는 계획표대로 과목을 이수하면 편입이 보장된다. 최근 온라인 강의로도 유학생들의 비자 유지가 보장된 것도 다행이다.
본인도 이민 초기에 지금 가르치는 곳에서 UCLA로 편입하여 학업을 마쳤다. 우리 막내딸도 이참에 고등학교 때 가고 싶던 1순위 대학으로 편입을 준비 중이다. 참고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률은 고교에서 직접 진학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미국 내 직장 채용에서도 대학 편입 경험은 위기관리의 증거로 후한 점수를 받는다고 들었다.
LA카운티 19개의 커뮤니티 칼리지들은 8월 말 가을학기 개강을 위해 등록을 시작했다. 과목들이 빠르게 차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서두를 시기이다.
길이 막힌 듯이 보일 때 차분히 주변을 돌아보면 또 다른 길이 있는 법이다. 힘든 때 자녀의 미래를 고민하는 가정들과 온라인 강의 전환에 수고하는 선생님들이 모두 힘내기를 기도한다. 미래를 위한 새 일에의 도전에는 언제나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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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호 LA 시립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