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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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의 정책 향방’

2024-11-15 (금)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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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5일, 미국의 유권자들은 아주 ‘합법적’이고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유색인종과 여성을 차별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아무리 좋은 정견을 발표하고 시민정신과 미국의 건국이념을 외쳐대도 천하의 대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부르짖는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파격적이고 과격하며 때로는 즉흥적이기까지 한 트럼프의 성향으로 미루어 볼 때 향후 4년간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와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미 트럼프 1기 4년을 겪어본 우리는 앞으로 미국과 세계질서가 어떻게 요동칠 것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우선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이 단행될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기간 내내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낙인 찍었으며 대통령 취임 첫날 제일 먼저 불법이민자 추방명령서에 서명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아울러 중단되었던 남부 국경 장벽설치사업도 재개될 것이며 미국출생 신생아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이 주어지는 출생시민권 제도에 대한 재검토도 이루어질 것이다.

무역과 경제분야에 있어서는 높은 관세부과를 통한 자국산업 보호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여 중국산 제품에 6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다.

국방, 외교, 안보분야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2년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24시간 내에 종식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해온 트럼프는 현재의 전선에서 휴전을 압박하기 위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공급을 일부, 또는 전면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한국을 돈 많은 부자나라 ‘머니머쉰’이라 지칭해온 트럼프는 그동안 주장해온 방위비 9배 증액 청구서를 또 꺼내들 것이다.


또한 한국을 패싱하고 직접 김정은과 핵군축 협상을 하고 그 성과를 트럼프의 평양방문이나 김정은의 워싱턴 방문으로 극대화 하려 할 것이다.

보건, 환경, 성 평등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믿고있는 트럼프는 또다시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할 지 모른다. 또한 환경보호를 위해 그동안 제한해온 석탄 석유의 무제한 채굴도 자유화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도 미국이 부당하게 많은 분담금을 내고있다며 탈퇴를 고려할 것이다. 기독교 윤리가 국가정책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쳐 여성의 낙태권은 여전히 강력하게 제한될 것이며 LGBTQ 성소수자들의 입지도 좁아질 것이다.

국민의 과반을 점하는 트럼프 지지층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속 시원한 정책으로 들리겠지만 미국우선 정책은 자칫 편협하고 위험한 국가 이기주의, 국수주의로 변질되기 쉽다.

자유세계의 동맹들이 평화롭게 공동번영해야 그 리더인 미국도 부강해지고 안보도 든든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은 방위비 재협상이 불가피할 경우 사용 핵연료 재처리 허용, 미군 함정의 건조및 수리용역 수주, 한국제품 우대관세 적용 등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협상카드로 활용하여 실익을 챙겨야 할 것이다.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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