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PR 최신 연구결과 분석
▶ 건설·농업 등 핵심산업 타격
▶ 오히려 노동시장 위축 결과
▶ 고용·임금 상승 효과 없어
▶ “이민 노동력 경제성장 축”

연방 이민당국 요원들이 홈디포 앞에서 이민 노동자를 체포하는 모습.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 강화가 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노동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건설업 등 불법체류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까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영방송 NPR은 경제 프로그램 ‘플래닛 머니’ 보도를 통해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의 경제학자 클로이 이스트와 엘리자베스 콕스가 발표한 최신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이민 단속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규모 추방 정책은 미국 태생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출범 이후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체포 건수를 4배 이상 늘렸다. 특히 과거처럼 교도소 수감자를 이민 구금시설로 이송하는 방식이 아니라, 커뮤니티와 직장, 이민법원, ICE 사무실 출석 현장 등에서 직접 체포하는 이른바 ‘거리 체포’를 대폭 확대했다. 이같은 급습 단속 체포는 11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범죄 전력이 없는 비시민권자 체포 역시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단속 강화가 이민자 사회 전체에 극도의 공포를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특히 단속 자체보다도 이민자 사회 전반에 퍼진 ‘위축 효과’가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체포를 우려해 출근이나 소비, 외식 등 일상 경제활동을 줄이면서 지역 경제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 미국 내에 남아 있는 불법체류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들의 고용은 약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ICE 체포 대상의 90% 이상이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남성 노동자들의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태생 노동자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임금 상승이나 고용 확대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건설업과 농업 등 불법체류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미국인 노동자들의 고용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역 노동시장에서 불법체류 노동자 6명이 줄어들 때마다 미국 태생 노동자 1명의 일자리도 함께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 단순히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제로섬 구조”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저임금·고위험·육체노동 중심의 직종을 맡고 있으며, 미국인 노동자들이 쉽게 대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스트 교수는 건설업을 예로 들며 “ICE 단속 때문에 현장 노동자를 구하지 못하면 건설회사는 신규 주택과 건물을 덜 짓게 되고, 결국 미국인 근로자 채용도 함께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민 노동력이 미국 경제의 핵심 산업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미국 태생 노동자와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상호 보완 관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특히 건설·농업·외식·보육 등 산업에서는 이민 노동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불법체류 이민자들은 단순 노동력뿐 아니라 소비자이자 납세자로서도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의회예산국(CBO) 역시 이민자들이 세수 증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연방 국토안보부(DHS)는 NPR에 보낸 입장에서 “불법 이민 증가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범죄자들을 거리에서 제거하는 것은 사업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든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