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요즘은 온통 장밋빛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페인의 음울한 잿빛과 대조가 완연하다. 바이든이 줄곧 리드해온 지지율 격차는 이번 주 초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15% 포인트까지 벌어지는 등 압도적 리드가 벌써 두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모금실적도 급상승, 지난 석 달 트럼프보다 2,000만 달러나 많았다.
그러나 양 진영 어느 쪽에서도 “트럼프 재선 불가능” 예측은 찾기 힘들다. ‘가짜’라며 공개적으로는 여론조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만이 아니다. 민주당도 어느 정도 자신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안서는 듯 보인다. “바이든의 지지율 리드가 민주당이 낙관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모두가 단정적 예측을 주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2016년 대선의 강력한 학습효과와 예측을 불허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현재 바이든의 후보 입지는 대단히 탄탄하다. 4년 전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경합주에서 안정된 리드를 기록 중이며, 민주당이 오랫동안 레드에서 퍼플로 바꾸기를 꿈꾸어온 공화당의 텃밭에서도 트럼프와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특히 텍사스의 경우 45.4%대 45.2%로 거의 동률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2016년 안일한 과신에 빠져 뼈아픈 역전 패배를 경험한 집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민주당 내부 곳곳엔 ‘방심 금물’의 경고등이 번쩍인다.
팬데믹 이전 2월, 평균 2포인트에 불과했던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7월 현재 9포인트로 늘어났다. 트럼프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지지율 등락의 가장 큰 요소인 이 팬데믹이 앞으로 악화될지, 완화될지…어디로 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와일드카드이니 그 누구도 예측에 자신이 서지 않는 것이다.
2016년 대선 막바지에 공화당 표를 결집시킨 주요 요소 중 하나는 연방대법원이었다. 앤소니 스칼리아 대법관의 급 사망으로 공석이 된 대법관 지명권을 민주당에 넘겨줄 수 없다는 보수진영의 공화당 후보 무조건 지지 캠페인이 뜨거웠었다. 금년 루스 베이다 긴스버그 대법관의 암 투병 소식이 다시 한 번 공화당 결집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보수진영엔 ‘6대3의 절대보수 대법원의 꿈’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 재선 가능성의 근거들은 바이든 캠페인의 앞으로 석 달 열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가를 말해준다. 최우선과제는 지지율을 표로 확실하게 연결시키는 철저한 대비다. 여름의 여론조사 결과는 11월의 실제 표가 아니다.
“지지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표 단속을 확실하게 하라”고 테다 스콕폴 하버드대 교수는 USA투데이 기고를 통해 강조한다. 유권자등록에서 우편투표 신청, 투표소 확대와 관리 감시까지를 다 챙겨야하는 포괄적 과제다.
트럼프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코로나바이러스는 신규 유권자등록도 혼수상태에 빠트렸다. 2020년 4월 11개주의 신규 유권자등록은 2016년 4월에 비해 70%나 감소했다. 대학 캠퍼스와 차량등록국(DMV)이 문을 닫고 정치집회 등이 금지되면서 등록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등록으로 최근 다시 오르기 시작했으나 유권자등록과 이후 투표절차에 대한 적극적 안내를 담당할 대규모 풀뿌리 운동 없이는 예년 수준으로의 만회가 쉽지 않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주정부들이 우편투표 확대를 발표하고 있지만 장애 또한 적지 않다. 우편투표를 자신의 재선에 최대 위험으로 꼽는 트럼프의 가차 없는 공격만이 아니다. 운영 미비로 인한 혼란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민주당 경선 때 볼티모어에선 2만장 우편투표용지가 배달 불가로 반송되기도 했다. 가능한 빨리 우편투표를 신청해 기표와 반송에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안내해야 최대한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
민주당의 표밭인 마이너리티 지역에 투표소가 충분히 마련되는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훈련된 관리자들이 충분한지도 빈틈없이 체크해야하는 사안이라고 스콕플 교수는 지적한다.
미 전국 곳곳의 거리를 가득 메운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에너지가 바이든 지지표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럼프를 혐오하지만 바이든에 열광하지도 않는 이 젊은 표밭은 여전히 가장 투표율 낮은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월스트릿저널은 금년 대선에서도 ‘숨겨진 유권자’들을 주목한다. “정치레이더에 잡히지도 않고, 여론조사에 응하지도 않으며, 자신이 트럼프 지지자라고 내색하지도 않는 그룹”으로 트럼프 진영이 또 한 번의 역전 연출을 기대하며 찾고 있는 ‘금맥’이다.
‘숨겨진 유권자’가 트럼프 지지층만은 아니다. 2016년 대선에선 1억3,750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유자격자의 61.4%다. 투표하지 않은 38.6%, 숨어있는 유권자가 수천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지에 민주당 승리의 길도, 트럼프 재선의 가능성도 좌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투표일은 이제 102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