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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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가을과 나쁜 겨울…”

2020-04-30 (목)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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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재발이 밤마다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확산한 이 전염병에는 모두가 취약하다. 모두가 위험에 처해 있다. 재발은 불가피하다. 아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재발하는 2차 유행이 닥쳤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때까지 현재 논의 중인 모든 대응책이 자리를 잡는다면,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우린 나쁜 가을과 나쁜 겨울을 맞게 될 수 있다”

이 불안한 코로나 위기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앨러지·전염병 연구소장의 이틀 전 경고가 새삼 ‘코로나 전쟁’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게 한다.

몇 주에 걸친 셧다운 끝에 서민들의 절박해진 생계와 대통령의 다급해진 재선이 맞물리면서 10여개 주정부가 ‘불안하고 성급한’ 경제 재가동에 돌입하고 있다. 이중 “최소 14일간 지속적인 신규 감염자 감소”라는 연방정부의 재가동 전제 조건을 이룬 주는 단 한 곳도 없다.


이번 주 100만명을 넘긴 신규 감염자의 증가세는 아직 계속 중이지만, 신중하게 고심해온 캘리포니아와 뉴욕도 조만간의 단계적 재개를 시사하며 업종별 재가동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안전한 재가동의 첫 손 꼽히는 전제 조건은 ‘테스팅, 테스팅, 테스팅’…코로나19 감염 진단을 위한 정확한 검사를 폭넓게 실시할 수 있는 ‘충분한 검사 역량’이다. 누가 감염되었는지를 모르면,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하지 않는 한 확산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검사건수 현황은 한 마디로 정리된다 -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충분치 않다”

부진한 검사는 코로나19 발생 초반부터 미국의 대표적 실패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미국과 한국의 첫 확진자 발생일은 1월21일로 같았지만 초기 대응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 한국은 신속하게 검사를 급증시켜 바이러스 확산을 최소화했고 미국은 시간을 끌면서 검사를 지연시켰다”라고 온라인 해설매체 복스는 지적한다. 그런 미국이 이번 달 들어 인구당 검사건수에서 한국을 앞섰다.

“검진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검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3월6일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매주 150만~200만건의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니 장족의 발전이다. 그러나 사회를 안전하게 재가동시키기엔 태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버드대학 새 보고서 ‘팬데믹 회복 로드맵’의 경우, 안전한 재개를 위해선 검사를 6월 초까지 1일 500만건으로, 경제의 전면 가동을 위해선 7월말까지 1일 2,000만건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미국의 1일 최고치는 4월22일의 31만4,182건이었다.
백악관은 27일 50개주에서 주민의 최소 2%에 대한 검사 확대를 목표로 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역시 공중보건 유지에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행정부가 드디어 검사를 중요시한다는 반가운 증거이지만 진작 2월부터 그랬어야 한다. 너무 늦게, 너무 적어서 우려된다”고 하버드 국제건강연구소장 아시샤 쟈 박사는 말했다.

충분한 검사가 실시된다 해도 그것은 재가동 전에 취해야할 필수단계의 한 부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시킨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재발될 경우 재확산을 억제할 기본 요건으로 검사능력 확대와 함께 강조되는 것이 ‘접촉자 추적’이다. 신규 감염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해 격리시키는 절차로 2014년 에볼라 전염병 때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던 프로그램이다.


미국 내 확진자가 14명에 불과했던 지난 2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가동시키려했다가 연방정부의 늑장대응과 검사키트 부족, 바이러스 급속 확산으로 악화된 병원에 대한 지원이 다급해지자 뒤로 밀려버렸다. 이제 검사는 확대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감염자 증가세는 둔화를 보이고 있으니 적극 가동시켜야 할 때라고 USA투데이는 강조한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갇혔던 집에서 나와 정상화로 가고 싶다면 “접촉자 추적이 그 열쇠”라고 존스홉킨스대학 최근 보고서는 지적한다. ‘검사, 추적, 그리고 격리’의 절차는 감염 사슬을 끊고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을 억제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당장 급한 것은 접촉 추적요원 확보다. 존스홉킨스 보고서에 의하면 최소한 10만명 고용을 위한 36억 달러 기금이 확보되어야 한다. 일부 주에선 이미 자체적으로 인력 확보에 착수했지만 주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비용인데다 전국적 시행을 위해선 연방의 리드가 필요하다.

테스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검사는 각 주의 소관이라고 못 박은 트럼프는 책임 일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새로운 테스트 개발, 검사도구 공급망과 결과분석 위한 실험실 장비 투자 강화에 이르기까지 관련 기금과 영향력 행사에서 연방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불가피하다는 바이러스 재발에 기본 대응책인 검사능력 확대와 접촉자 추적시스템 가동의 성공여부는 궁극적으로, 아무 것도 책임지기 싫어하는 대통령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나쁜 가을’을 힘겹게 넘긴 후, 늦가을의 대선을 치르고 나면 ‘좋은 겨울’로 접어들 수 있는 희망이 생길지도 모른다.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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