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슬기로운 재택생활 위한 조언

2020-04-22 (수) 조윤성 논설위원
크게 작게
코비드-19가 우리 생활에 몰고 온 변화와 여파는 크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재택근무의 확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과 직원들의 집단감염을 우려해 많은 회사들이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사무직의 경우 테크놀러지 발달에 힘입어 확대돼온 재택근무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편적 근무형태가 돼버린 느낌이 들 정도다. 코비드-19가 진정되더라도 많은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택근무의 장점도 적지 않지만 이것이 타의에 의해 강제된 것이라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한동안은 그런대로 괜찮을지 몰라도 재택근무가 지속되다보면 접촉과 대면 결여에서 오는 외로움이 슬슬 찾아든다. 평상시 재택근무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격리된 상태에서 일을 하다보면 더욱 그렇다.

또 다른 문제는 산만함이다. 일과 휴식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공간 또한 그러하다 보면 하루의 시간표가 뒤죽박죽되기 십상이다. 개인적 사정으로 집에서 일을 한 지 몇 개월 된 경험에 비춰보면 시간과 공간의 확실한 구분은 생산적인 재택근무를 위한 가장 기본적 수칙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평소 출근할 때처럼 면도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제대로 집중해 일하자는 뜻에서 새로 구입한 데스크 앞에 앉는다. 얼마나 오래 일을 하는지는 그날의 생산성과 집중력에 따라 달라진다.


업무의 종류와 개인의 성격에 따라 재택근무가 탐탁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코비드-19에 직격탄을 맞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고 하루 종일 집에서 우울하게 지내야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불평을 해선 안 될 일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 잠을 못 이루고 있을 무수한 사람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저며 온다.

그 사유가 무엇이든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들려주고 싶다. 우선 몸을 되도록 많이 움직이라는 것이다. 하루 한 번 정도는 집 주위를 가볍게 산책할 것을 권한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우울한 감정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 약해지기 쉬운 면역력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요즘 밖에 나가보면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간혹 오가다 마주치게 되면 거리를 벌려 지나가면 된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또 뉴스를 너무 가까이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코비드-19 같은 부정적 내용의 뉴스들은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완전 등한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루 몇 번 기본적인 상황을 살펴보는 정도가 적당하다.

마지막으로 이미 읽고 치워놓았던 책들 가운데 다시 읽어보고 싶은 것들을 골라 재독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 읽어 내려가면서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책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게 되면서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느껴지는 책들이 많다.

단지 많아진 시간을 죽이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뿐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것은 내용을 이해하고 숙지하는 데도 훨씬 효과적인 독서법이 된다. 한 번 읽어서는 책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힘들다. 요즘은 한 번 읽은 후 서가에 꽂아 놓은 채 잊어버린 책들을 다시 펴들기 딱 좋은 때이다. 어차피 새 책 사기도 힘들지 않은가.

그리고 단언컨대 처음 읽을 때는 무심코 넘겼던 내용이나 구절이 지금 상황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아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경험을 분명히 하게 될 것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맥락과 상황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는 달라진다. 누가 아는가. 다시 집어든 책을 통해 성 어거스틴의 회심처럼 삶의 방향성이 180도 달라지는 체험을 하게 될는지.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무엇을 얻을 것인지 결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초래한 바깥세상의 상황을 바꾸거나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내 안의 생각과 태도는 나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