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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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은 엄청난 위기의 서막에 불과하다

2020-04-07 (화) 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 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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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야 코로나-19 감염병이 불러온 거대한 충격과 마주하고 있다.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울 터이지만 그래도 우린 고통스런 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에 요란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연쇄 위기의 초입에 들어선데 불과하다. 하지만 바로 이 단계에서 세계 주요국들이 힘과 마음을 모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적인 생활로 되돌아갈 수 없다.

첫 번째 단계는 세계 경제대국들의 의료관리 위기이고 그 다음이 경제마비다. 우리는 지금에서야 겨우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마비의 엄청난 규모를 깨닫기 시작했다. 지난 두 주 사이에 미국은 1,0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이에 비해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던 2008-2009년 사이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총 880만 개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서막에 불과하다.
다음에 닥칠 위기는 국가들이 채무변제 불능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세계 3위, 유로존 국가들 가운데 1위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의 공공부채를 짊어진 채 코로나-19 위기의 한복판에 서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경제적 낙진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천문학적 액수의 현금을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국가 부채는 산더미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재정파탄 위기에 직면한 유일한 국가가 아니다.
유럽의 최대 자본주로 꼽히는 독일도 “내 코가 석자”인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독일의 경제는 올해 5% 가량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0쿼터 동안 단 한 번도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던 독일마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이고 있다.
다음의 대폭발은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일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인도, 브라질, 나이지리아와 인도네시아의 감염자 숫자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선진국들에 비해 교역과 여행의 연결고리가 약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검사를 받은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감염자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추어주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더위에 강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들 역시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인도, 브라질, 나이지리아와 인도는 모두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국가다. 여기에 세수손실과 새로운 국고보조 필요성까지 얹히면 이들은 나름대로 각개 버전의 ‘대공황’을 겪게 된다.

다음은 산유국들 차례다. 설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다툼이 해결된다 해도, 이미 무너져 내린 석유수요는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와 만난 석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10달러 선까지 추락한 후 계속 그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석유 수입이 국가 소득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리비아, 나이지리아, 이란, 이라크와 베네수엘라와 같은 산유국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 위에서 거래돼야만 이윤을 얻는다.
이렇게 되면 산유국들은 소련 붕괴 이후 수십 년래 최대 규모의 정치적 격변과 대규모 난민, 심지어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련은 유가가 10달러 선에 묶여 있던 막판 단계에서 해체됐다.
세계는 두 개의 무거운 짐을 진 채 팬데믹에 진입했다. 첫 번째 짐은 각국 정부와 민간 부문의 막대한 부채다. 글로벌 GDP의 총계가 90조 달러인데 비해 공공 부문과 민간분야의 부채 합산액은 무려 260조 달러에 달한다. 지구촌의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의 GDP 대비 부채율은 각각 210%와 310%다. 하지만 두 번째 짐만 아니라면 이 정도는 관리가 가능하다.
이번 위기는 지구촌 차원의 협력이 무너지고,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도국의 역할을 담당했던 미국이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한 가운데 터졌다.
지난달 G-7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한 채 폐막했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라 명명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문서에도 서명할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이나 할 법한 치졸한 다툼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수습을 위한 글로벌한 노력의 중심축은 미국과 중국의 긴밀한 협조다. 하지만 지금 두 나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상호비방에 열을 올리고 있고, 양국 관계는 자유낙하를 하는 중이다. G-7 회의에 뒤이어 열린 G-20 회담도 불발탄이었다. 심지어 유럽연합조차 팬데믹의 스케일과 심각성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경솔한 입장표명으로 말미암아 이탈리아 역사상 최악의 주식시장 폭락사태가 발생했다.

글로벌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억제전략의 상당부분은 여행과 관련되어 있다. 긴밀한 국가 간 조율이 이루어진다면 여행금지와 여행경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2008-2009 경기침체기에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금융위기의 확산을 차단하고 억제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다.
지구촌 차원의 지원과 조율된 노력이 없었다면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같은 국가들은 폭발을 일으켰을 터이고, 이는 난민과 질병, 테러리즘이 국경너머로 번지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부국들이 기금을 모으고 정보를 공유한다면 코로나-19 치료와 백신 생산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활동을 재개할 때, 예를 들어 무역과 여행에 관한 조율된 조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내게 할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광범위하고 글로벌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위기에 대한 대응은 갈수록 편협해지고 있다.

<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 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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