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대전 후 마지막 날은 다가오는데… 죽음을 맞는 사람들 그린 명작
2020-04-06 (월)
박흥진 편집위원
▶ ‘그 날이 오면’ (On the Beach·1959)
모이라가 호주를 떠나 잠항하는 미 핵잠수함 소피시호를 바라보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재앙 앞에서 인간의 무기력감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 분위기에 걸맞는 영화로 핵의 생명 파괴력과 인간의 우행을 감상적이면서도 통렬하게 고발한 흑백 멜로드라마 명작이다. 1964년 제3차 대전 후 지구의 북반구는 핵에 의해 인간이 멸살됐고 죽음의 재가 서서히 남반구 쪽으로 이동 중이다. 아직 인간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호주. 그러나 호주도 반년 후면 죽음의 재에 오염된다.
멜버른 항에 정박한 미 핵잠수함 소피시호의 함장 드와잇(그레고리 펙)과 그의 농염한 호주 연인 모이라(에이바 가드너) 그리고 과학자이자 레이스카 운전자인 줄리안(프레드 애스테어) 및 젊은 호주 해군장교 피터(앤소니 퍼킨스) 등을 중심으로 이들과 주변사람들이 어떻게 다가올 죽음을 맞는가를 센티멘탈 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계시적으로 그렸다. 영화에는 호주 민요 ‘월칭 마틸다’가 자주 나와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민들에게는 방사능에 오염돼 고통하며 죽는 대신 자살용으로 약이 공급된다. 피터는 자신의 갓난아기를 먼저 숨지게 한 뒤 아내와 함께 약을 먹고 나란히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면서 미소로 작별을 나눈다. 그리고 드와잇은 조국에서 함대원들과 함께 죽음을 맞기 위해 모이라를 남겨 놓고 호주를 떠난다.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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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