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트비 체납 강제퇴거 못한다

2020-03-21 (토) 12:00:00 이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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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회 긴급조례안 가결 집주인“우린 어쩌라고”반발 요금체납 단전·단수 안해

렌트비 체납 강제퇴거 못한다

우리사회를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모습.

개빈 뉴섬 가주 지사가 코로나19사태로 위기에 처해있는 세입자 보호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샌디에고 시에서도 지난 17일 집단 명도청구소송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긴급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대해 집주인들은 임대목적물 명도청구불복은 경제적 고통을 그들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잠재적으로 그들의 집이 경매로 내몰리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발하고 나섰다.

임차인 권리보호를 주도하고 있는 조제트 고메즈 의장은 “시는 건물주의 재정적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임차인이 현재 집에 계속 머무는 것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저지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청문회에서 “우리는 임차인을 보호하고 구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세입자들은 코로나19 영향에 의한 소득감소나 의료비부담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시 지도자들은 다음주 시의회 개회 전까지 조례안 상정에 포함될 세부내역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고위공무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떠안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극명하게 드러냈다. 청문회장에는 고메즈, 크리스 와드, 스캇 셔만 의원 등 세명만 출석했고 나머지 여섯명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시청 관계자들도 청문회에 제한된 숫자만 참석했고 각자 6피트씩 거리를 유지했다.

많은 일반인들은 온라인으로 중계되는 회의를 지켜봤으나 청문회 종료 전에 중계가 끊겼다. 이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스트리밍 시청에 몰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청문회가 끝난 후 140개가 넘는 항의성 코멘트가 시청 보좌관 이메일로 전송됐다.

임대인 측 코멘트는 “임차인이 렌트비 모라토리엄(지급불능)을 선언하면 나는 모기지를 갚을 수 없다”거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형편없는 발상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임차인이 직업을 잃어서 렌트비를 못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재정적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주를 이뤘다.

많은 부동산 소유자들은 임차인들이 렌트비 지급불능 선언 후 몇 개월 살다가 나가 버리면 수개월의 모기지 연체가 발생하는 상황을 두려워했다.

고메즈 의원실은 시조례안의 일부로 주 및 연방정부로부터 모기지 미납 임대인 전체를 돕도록 긴급 자금지원 요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폴코너 시장과 경제개발부처에 은행 및 융자회사와 함께 한시적으로 모기지 납부 또는 경매유예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폴코너 시장은 회의에서 “우리는 고통받는 샌디에고 시민을 도울 행동이 필요하다”며 “직업을 잃으면 렌트비도 못내게 된다”고 이 구상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역적으로 보면, 17일 임페리얼 비치시 의회는 명도청구 동결을 결의했고 출라비스타와 내셔널시티도 같은 취지로 가결했다.

한편 지난 16일 개빈 뉴섬 주지사가 로컬 지도자들에게 임대인의 명도청구중지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그러나 그 명령이 임차인의 렌트비 지급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며 자금사정 악화가 전염병 영향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구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시했다.

SDG&E를 포함하여 인터넷 및 셀폰 회사등 많은 유틸리티 공급자들은 체납 등으로 전기, 가스, 물,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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