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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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씻으라는 미국의 코로나 대처법

2020-03-16 (월) 수필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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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나의 살며 생각하며

한국에서 2주일을 머물다 돌아온 지인은 남편이 공항 주차장에 차 키를 바퀴에 놓고 갔단다. 그 길로 외진 호텔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한다는 말만 전했다. 전화를 통해서 코로나19가 전염되는 것도 아니고 확진자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닌데 전화를 하는 것도 불안하다고 한다. 또 선교로 터키에 다녀온 분은, 유리문 너머로 서로 눈인사만 나누고 밖에다 물건을 내놓고 물건을 가져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몇몇 교회에서는 일요예배도 온라인으로 보고 각종 행사가 모두 취소되고 있다.

한국이 워낙 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경기가 올스톱되어 한국과 무역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한인들의 비즈니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웬만하면 외식을 자제해 한인 식당에 손님이 뜸하고 한인들이 오가는 모든 크고 작은 비즈니스의 소상인들이 울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한국의 경기 침체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지만, 경기뿐 아니라 아시안들이 겪는 인종차별은 우리 한인들이 겪어내야만 하는 또 다른 종류의 힘듦이다.
우리 한인은 이런 사태로 모두가 모두에게 한목소리로 조심을 외치고 서로를 배려하기에 급급하다. 남에게 조금이라도 전염될까 싶어 아주 낮은 미열이나 작은 기침에도 외출을 자제하고 외식도 줄이고 외국에 다녀오면 자가격리를 서로에게 권하고 행동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동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전염될까 싶어 서로를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유쾌한 일이 아니라서 신뢰가 없다면 오해하기 쉬운 일이지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행동에 비해 현재 미국의 실제 상황은 그리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자연재해의 대비가 아주 철저해서 지나치다 싶을 만큼 호들갑인데, 지금은 그랬었던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다. 하늘이 쨍쨍하고 바람 한 점 없는데도 학교도 며칠씩 휴교하고 마트마다 물이며 기본 생활필수품이 동이 나고 전쟁이 날 것처럼 창문에 합판까지 덧대는 모습에서부터 하루종일 티브이에서 대피하라는 미국인들은 어디로 가버리고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단 말인가? 자연재해와 같은 예견되는 예방은 철저하지만 이미 발생 된 사건의 후속처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느린 형태를 보이고 있다.
13일 현재 메릴랜드에는 확진자가 12명, 워싱턴 DC에 10명 그리고 버지니아에 9명이다. 만약 이런 숫자가 한국이라면 온 나라가 비상사태로 돌입되어 한 명 한 명의 동선이며 인적사항까지 오픈되고 온 나라가 들썩일 것이다. 하지만 여긴 몇몇 주에 몇 명이 있다고만 발표하니 도대체 누가 확진자고 그들이 어디를 다니는지 아무도 알 길이 없다. 더구나 한국처럼 무료진료도 아니고 개인이 자비를 털어 검사해야 한다는데 누가 선뜻 검사할 수 있겠는가? 거리에서 혹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고 실제로 나라에서도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했는데 그 많던 마스크는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무방비로 마스크 하나 쓰지 않는 무법천지인 미국에서 나 하나 조심하고 나 하나 집에서 자가 격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트럼프가 말한 것처럼 손만 씻으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의사들조차도 손을 놓고 있으니 이제는 세계에서 코로나19로 부터 안전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검사할 수 있는 역량, 즉 코로나19 검사키트도 절대 부족일뿐더러 검사인력이나 정확한 검사 시스템과 빠른 결과를 낼 수 없는 미국인들의 빠르지 못한 시스템 등등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최대 피해자이자 최대 수혜자는 바로 한국이지 싶다. 최강 의료국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정부와 국민의 단합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언젠가는 소멸될 코로나19지만 분명한 건 코로나19가 소멸된 후에 한국인의 빛나는 투혼이 길이길이 남아 멋진 나라로 부각 되어 더욱 자랑스러운 나라로 한 발 더 나아갈 것이 확실하다. 미국이 확진자가 없어 안전하리라 생각되었지만, 이제는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국가가 되었다.

“엄마, 이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감기와 같은 전염병이 되었어요. 독감처럼 옆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고 나이가 많거나 폐가 안 좋은 사람들은 폐렴으로 전환되어 사망할 수도 있는 거죠. 그냥 예방하는 수밖에 없어요. 손을 자주 씻는 게 최선이에요. 의사들은 그런 환자가 오면 의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엄마 아빤 조심하세요." 대책 없는 내 딸의 말이다.
그냥 손만 씻으라니 미국은 지금이 시작점이다. 중국이나 이태리처럼 초기대응을 실패하면 안 된다. 학교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2주간의 휴교령으로 모든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최소한의 의식주를 집에서 해결해야 코로나19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지구 전체가 ‘2주간의 정지 시스템’을 구축해 혼란스럽지 않게, 하지만 강력하고 강제적인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팬데믹(Pandemic 세계적 유행병) 상태를 빠르게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수필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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