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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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익숙함을 깨는 감사

2020-02-26 (수) 정다연(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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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국시간으로 2월 6일에 방영된 MBC 특집 VR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보았다. 사남매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그 엄마는 3년 전 가을에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병명으로 일곱 살 난 셋째 나연이를 떠나보내게 되었다. 감기라고 생각하고 찾은 병원에서 뜻밖에 난치병 판정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랬기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큰 아픔이었다. 그중에서도 나연이 엄마의 소원이 한 번 더 나연이를 만나 나연이가 좋아했던 미역국을 끓여주며 사랑한다고,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8개월 동안 나연이를 구현시키기 위해 CG작업을 했고, 마침내 VR을 통해 나연이 엄마와 만나게 해주었다.

내가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 바로 나연이 엄마가 VR을 통해 나연이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아무래도 나도 비슷한 또래의 딸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그 장면을 가볍게 볼 수 없었다. CG를 통해 나타난 아이는 컴퓨터에 입력된 대로 엄마를 향해 말하고 행동하는데 그것을 마주하여 바라보는 엄마는 컴퓨터가 아닌 정말 내 딸인 것처럼 ‘한 번만 만져보고 싶어’라고 오열하는데 이때는 정말 같이 소리 내어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저녁 나연이 엄마의 ‘한 번만 만져보고 싶어’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그러면서 내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내 아이를 쓰다듬고, 서로 살을 부비고, 아이의 체취를 맡으며 안아주는 것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던 것이다. 그러나 나연이 엄마의 그 한마디가 여태 내게 당연한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하였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아이의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내 딸과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내 아이에게 내 손으로 만든 무언가를 먹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굉장히 깊고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너무 익숙하다보면 주어진 것들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나도 이번 계기가 아니었다면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마음을 깊이 울리는 감사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나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나에게 당연스럽게 익숙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주심에 얼마나 감사하며 감사한지.

<정다연(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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