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6일 미국 프로 농구의 전설적 스타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 소식은 모든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이제 겨우 41세의 나이에 13세의 딸과 함께 딸의 농구 시합에 가려고 탔던 헬기가 산 중턱에 부딪혀 추락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미 전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급히 전파되었고, 사고 당일부터 바로 그를 추모하는 각종 행사가 열렸다. 그 날 열린 닉스와 네츠 경기를 비롯해 여러 프로 농구 경기에서 경기 초반에 코비 브라이언트가 LA 레이커스 팀에 있을 때 입었던 유니폼 번호 중 하나인 24번을 추모하고자 24초 안에 해야 하는 슛을 안 하고 그냥 공격권을 상대방 팀에게 넘겨 주기도 했다. 그리고 코비 브라이언트가 사용했던 유니폼 번호인 24나 8을 부착하기도 했고 신발에 이름이나 그 번호들을 적어 놓기도 했다.
그가 20년 간 프로 농구선수로 활동하며 유일하게 소속 되었던 LA 레이커스 팀은 게임과 연습을 며칠간 취소하기도 했다. TV에서는 연속 헬리콥터 추락 사건과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해 보도를 했다. 신문들도 마찬가지였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도 몇 페이지에 걸쳐 대대적으로 그의 생애에 대해 보도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훌륭한 선수였다. 그의 농구선수로서의 성공 이야기는 감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대신 바로 프로 농구 선수가 되었다. 1996년 드래프트에서 샬롯 호넷트 팀으로 배정 되었지만 곧 바로 레이커스로 트레이드 되었다. 그 후 팀이 5번이나 NBA 챔피언이 되는데 공헌했고, 최우수 선수로 1번 그리고 올스타로 18번 선정 되었다. 2008년과 2012년에는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2010년 2월 1일에는 레이커스 팀 역사상 최다 득점자가 되었는데 그 기록은 아직도 건재하다.
그런데 딸과 함께 사망한 것이 사람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 것 같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같이 사망한 13세의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고 한다. 자신처럼 농구를 좋아했던 딸이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싶다. 이번에도 헬기를 탔지만 선수 시절에도 출퇴근 때 헬기를 탔다고 한다. LA 지역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해 시간을 절약해 자녀들 특별활동에도 가 보고 자신의 개인 운동도 더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고 대대적으로 보도 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왜 그래야 하나 하는 물음도 찾아 들었다. 물론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은 당연히 애석한 일이다. 어린 딸의 죽음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사고난 헬기에는 또 다른 7명이 동승하고 있었고 그들도 모두 같이 사망했다. 그 가운데에는 또 다른 13세의 어린 농구 선구 2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선수는 헬기를 같이 탄 두 부모와 함께 사망했다. 그렇지만 이 7명의 사망은 언론에서 그렇게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사망자의 유명도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그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서글펐다.
이들 말고도 우리 주위에서 사망하는 사람들은 많다. 우리가 다 몰라서 그렇지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어린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의 사망은 이렇게 보도 되지 않는다. 그들이 유명인이 아니고 유명인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고귀함이 이렇게 유명세에 따라 달라진 다는 현실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죽음은 물론 슬픈 일이다. 그러나 한편 그는 짧은 생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 했던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다. 딸의 농구 경기에 헬기를 타고 간다는 것 자체만 보아도 그의 삶은 특권적 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가난하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어 간 사람들도 많이 있다. 특히 후진국에서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변변한 의료 혜택 한 번 못 받아 보면서 죽어가는 어린이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들의 삶과 죽음은 과연 아무런 의미도 없나.
레이커스 팀은 오는 2월 24일에 이번의 헬기 추락으로 인한 9명 모두를 위한 추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2.24에서 24는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2는 그의 딸의 유니폼 번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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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VA>